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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그네 소년 장복이 - <열하일기> 박지원과 함께한 청나라 기행 ㅣ 샘터역사동화 4
김종광 지음, 김옥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12월
평점 :
연암 박지원과 청나라 기행을 떠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작동화다. 박지원의 하인으로 따라갔던 열세살 소년 장복이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열하일기에 관해서 생각해보자면, 연암 박지원만을 떠올렸는데, 사실 당연히 그 여행길에는 연암 혼자만 간 것은 아니다. 인식하지 못한 과거 역사 속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흥미진진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노비 소년의 시각으로 당시에 볼 수 있는 풍경을 재구성하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또한 직접 여행에 함께 하는 듯 생동감있게 표현된다. 아이들을 위해 쉬운 문체로 그려내어 물흐르듯 읽어나가며 여행길의 다양한 볼거리에 빠져들어본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 이야기는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상세한 내용은 작가의 상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주의할 것은 사실 여부일 것이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부드럽고 거침없게 장복이의 시선으로 풀어나간다.
*나 장복이가 이 기행문을 쓴 까닭
작년(1780년, 정조4년) 뜨거운 여름에 나 장복이는 뚱선비님(연암 박지원)을 모시고 한양을 떠났다. 의주대로를 종단하고 압록강을 건넜다. 요동 천리를 밟고 산해관을 넘었다. 청나라(중국) 연경(북경, 지금의 베이징)까지 다녀왔다. 나그넷길은 내 머리를 알차게 만들었다. 나그넷길은 내 마음을 살찌게 해 주었다. 뚱선비님은 다녀오셔서 『열하일기』를 쓰셨다. 내 얘기도 나온다는데 나는 읽어볼 수가 없다. 한문으로 쓰였기 때문에. 까짓것 나도 한번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언문으로 써서 한자를 모르는 아이들도 읽을 수 있도록…… (10~11쪽)
장복이의 아버지는 뚱선비님을 모시고 연경으로 떠나야 하는데, 큰일이다. 앓아누우셨다. 여행길은 커녕 정신까지 혼미하시다. 이미 쌀 다섯 섬을 받았는데, 연경에 못가면 돌려줘야하는데, 그럼 우리 식구는 굶어 죽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끝에 장복이는 아버지 대신 봇짐을 둘러메고 길을 떠나기로 했다. 뚱선비는 처음에 거절했지만 결국 같이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여행길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양을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평양에서 의주까지,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여행길에는 흥미로운 일이 많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도 생생함을 더해준다. 연암 박지원을 잘 모르는 어린이도, 그의 여정이 어땠는지 아무런 정보가 없더라도, 이 책의 흐름에 맡겨 읽어나가다보면 저절로 흥미가 생기리라.
사실『열하일기』에 이야기는 잘 보이지 않아요. 연암 박지원 선생님의 사상과 관찰과 감정이 주를 이루지요. 꽤 어려운 책이죠.『열하일기』의 명성은 자자하나 원작을 실제로 읽어 본 사람이 드문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글쓴이의 말_214쪽)
이 책의 저자는 20여 종의 「연행록」과 당시(1780년경)를 알 수 있는 자료를 두루 섭렵하여, 열세살 소년 종놈 장복이의 여행 이야기(한양에서 의주까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원문 열하일기가 아닌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재탄생된 여행기, 현대적 시점으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열하일기다. 초등학생들에게 연암 박지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좀더 관심을 가지게 할 매개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