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 박정희 vs 마오쩌둥 - 한국 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박형기 지음 / 알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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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라는 표지의 글에 숨이 턱 막힌다. "그래도 박정희 시대가 있어서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거야."라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씀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울분을 꾹 삼킨 채 말없이 앉아있는 시간을 떠올린다. 사실 내가 할 말은 없다. 나는 그 시절을 살지 않았고, 그래서 직접 겪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넌 그때를 몰라. 네가 뭘 알겠어?"라는 답변이 올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동안 산업화 세력은 박정희를 미화해 왔고, 산업화 세력으로부터 탄압을 던 민주화 세력은 박정희의 경제개발 업적을 애써 무시해왔다. 이에 따라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진영 논리의 틀에 갇혀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국제적 시각으로 박정희를 재평가해 보는 것이 박정희를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중립적 서술을 하려 노력했고, 한국의 시각이 아닌 국제적 시각으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 힘썼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11쪽)

 

 

생각해보니 박정희에 대해 너무 모르기는 모른다. 정치분야에 애써 관심을 멀리하게 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프롤로그에서 이야기하는 '반신반인半神半人'에 대한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듣게 되었다. 얼마 되지 않은 2013년의 일이었는데, 이처럼 놀랄 일이 지금 현재 진행중인 셈이구나.

2013년 11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일. 박정희의 고향 경상북도 구미시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남유진 구미 시장은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으로, 하늘이 내렸다란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5쪽)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다. 박정희가 반신반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이 책은 마오쩌둥, 덩샤오핑, 박정희 각각의 집권 과정, 집권 후 독재화 과정 등 테마별로 나누어 기술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을 함께 아우르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분석하는 식의 구성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와 시선을 끌었다. 그들의 권력유형은 어떤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이 있는지, 이 책에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기술해놓아서 도움이 되었다. 한 명 한 명 따로 따로 흘러간 역사를 오랜 시간 투자해서 정리하지 않으면,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더 넓은 시각으로 독재자로 알려진 사람들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렵다고 생각되는 역사를 한 권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 지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위한 초석이 된다.

 

아무래도 정치적 인물의 역사에 대한 책이기에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더뎠다. 하지만 과거를 알지 못하고 어찌 미래를 꿈꾸겠는가. 알기에 버거워도 알아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지난 시간일 것이다. 박정희는 혈서를 써가면서까지 일제의 침략 전쟁에 협력했고,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정권을 잡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유신이라는 제2의 쿠데타를 일으켰다. 낱낱이 밝히며 들려주는 이 책에 가슴 한 켠이 무겁게 드리워진다. 경제발전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정당성이 없는 집권과정, 민족의 자존심도 바닥으로 내리 깔아버린 모습에 어떤 감정을 느껴야하는 것일까.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지만, 이렇게도 아쉬워지는 것은 왜일까?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잘 살게 해준 덩샤오핑보다, 굶주리게 했지만 체면을 살려준 마오쩌둥을 압도적으로 더 좋아한다. 그들 말대로 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331쪽_에필로그)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 시절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지만, 이제는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되고, 그래야 앞으로의 미래가 과거와 현재보다는 사람이 살만한 시절이 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인접국의 상황과 비교해서 포괄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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