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문장강화] 알차고 보석같은 책,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명사들의 문장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 매일 꾸준히 쓰지는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 헛점이 보이지만, 내 글을 제대로 쓰는 데에는 연습도 의욕도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써보겠다고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하고, 내가 봐도 재미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에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훨씬 잘 쓰겠다.'고 생각하던 자신감도 직접 펜을 들고 보면 '이렇게라도 쓰는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 깨닫게 된다. 직접 써보겠다고 생각한 이후로 서평을 작성할 때의 별점이 판단력을 잃었다. 별의 기준이 정말 애매하고, 그만큼 쓰기 위해 노력한 사람의 시간이 보이니 말이다.

"지적으로 충만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매일 자신을 위해 한 줄의 글을 쓴다는 것이다." 이 책의 띠지에 있는 말이다. 이 말이 확 와닿아서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만 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차이점일 것이다. 아직 지적으로 충만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매일 나 자신을 위해 한 줄의 글을 쓰지 않는 것에서 원인을 찾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자극을 받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려고 생각했다. 이 책에는 고은, 최재천, 김정운, 김홍신, 남경태, 장석주, 김영현, 안도현, 이지성, 우석훈 등 열 명의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유명한 이들의 이름에서 기대감을 느꼈고, 막상 책장을 열고 보니 더욱 알차고 보석같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보니, 글쓰는 사람들의 노력과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왜 그들이 글을 잘 풀어내는지 알 수 있고, 마음의 감흥이 절로 느껴진다. 사실 이들의 글쓰는 비법이나 조금 들여다보자고 선택해서 읽은 책인데, 한 문장 한 문장 놓칠 수 없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전체적으로 천천히 읽어가며 감흥을 받게 된다. 이 책에는 내가 생각한 것처럼 글쓰기에 대한 비법이 담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왜 글을 쓸 수밖에 없는지,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삶을 바라보게 된다. 원하던 류의 책보다 훨씬 내 마음을 충족시킨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마음이 두근두근하며 정신이 깨어있는 느낌이 드는 것이 오랜만이었다. 웃다가 마음에 감동을 받다가 각성하다가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른해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심장에서 시를 꺼내려 합니다. 이 시간은 여러분들의 심장에서 꺼낸 시와 내 심장에서 꺼낸 시가 만나는 순간입니다." 서울대학의 어느 강의 시간에 고은 시인이 한 이야기에 내 심장도 두근거림을 느꼈고, "이젠 생존 독서를 하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보니까, 이 세상 모든 일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더라고요."라는 최재천 교수의 글에 공감하며 읊조리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일의 끝에는 글쓰기가 있다."

몇 해 전 교수직을 과감히 던져 버리고 만화작가가 되기 위해 일본 유학을 떠난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의 근황도 흥미로웠고, "엄청나게 책을 읽는 과정을 통해서 나의 뇌가 완전히 바뀐거예요. 책 읽는 뇌는 어느 순간 책 쓰는 뇌로 변화하죠. 보세요. 지금 내가 해내고 있잖아요. 책 쓰는 뇌가 되려면 반드시 그 전에 책 읽는 뇌가 되어야 해요."라며 독서를 하면서 사유하고 생각을 편집해보는 것은 뇌를 훈련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일러주는 문인 장석주의 말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일단 책 읽는 뇌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언젠가는 책 쓰는 뇌가 될 수도 있겠구나!

이 책은 나에게 등대같은 책이 되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2014년 12월의 시간이 나에게는 뿌듯함으로 채워진다.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만 빼곡하게 채워져있으면 금세 흥미를 잃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글쓰기의 방법을 끌어낼 수 있기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기운찬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시간이 되었다. 책 한 권이 인생의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진다. 배울 것도 많고, 생각하고 얻는 것도 풍성해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