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취업 전쟁 보고서 - ‘취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계급의 탄생
전다은 외 지음, 황예랑 외 / 더퀘스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취업은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IMF 세대인 우리는 그 무렵, 갑자기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 이후 더욱 각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요즘은 그때에 비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으로 읽어내려간 우리 나라의 취업 현실, 생각보다 힘들고 절박하다. 생존의 문제다.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처절한 일인가. '취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계급의 탄생, 절대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을 그려낸 책이다.

 

정말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닌 것일까? 어쩌면 행복은 성적 순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고, 학교 생활의 상당부분은 '스펙을 쌓아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뒤떨어지면 버티기 힘든 현실, 오늘날 젊은이들이 내던져진 삶의 전쟁터다.

인터뷰 대상자였던 어떤 공무원시험 준비생은 이렇게 말했다.

"왜 하필 이 시대, 이 나라에 그것도 내가,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을 매일 해요." (9쪽)

 

이 책에는 취업을 위한 고군분투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우울해진다. 정말 현실은 이다지도 잔혹한 것인가. 1부 취업 전쟁 시대에는 세 젊은이와 마흔 살 기혼 여성의 취업 체험기가 실려있다. 이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가 무게감이 느껴진다. 취업 준비생이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 취업 스터디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적어도 예전처럼 대학교의 낭만을 찾기 힘들다. 취직한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가.

 

특히 마흔 살의 기혼여성인 현직 기자의 '위장 취업' 분투기가 인상적이다. 현재 <한겨레21> 사회팀장인 그녀는 기자 경력을 숨기고 '위장 취업'을 시도해봤는데, 만만치 않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 서울 지역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재취업 집단 상담'을 받은 그녀. "올해 졸업한 젊은 친구들이 있는데 왜 기업이 당신을 뽑아야 하죠? 회사 입장에선 경력이 있더라도 한 살이라도 어린 사람을 선호해요. 경력도 없는데 나이는 많고 무엇을 내세울 건가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직업상담사가 물었다는 그 질문을 보고,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 위장 취업을 시작하면서 서류 전형에서 수없이 떨어질 줄 몰랐다는 그녀의 이야기에 씁쓸해진다. 12년 만에 재취업에 나서는 것으로 위장했지만 연봉 2500만원을 받는 정규직 사원이라는 목표가 비현실적이라고 여기지는 않았지만, 취업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고개를 가로지으며 "눈높이를 낮춰야 합니다. 경력 단절 여성의 평균 월급은 120만원이예요." 현실은 가혹하다.

 

이 책으로 취업 준비생의 현실을 바라보게 된다. 이들이 열정이 없거나 눈높이가 높은 것만은 아니리라. 직장의 문제는 결코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일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 열정이 없거나 근성이 없는 것으로 폄하하는 어르신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낱낱이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취직한다는 것도 어렵고, 취직하고 나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각박한 현실 속의 취업 전쟁 보고서. 이들의 이야기에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현실을 공감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또한 안타까워지는 시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