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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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멸종을 다룬 책『멸종』을 읽었다.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을 짚어보고, 제6의 멸종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경각심을 가지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100만 년에 2~3 종이 사라진다는 진화론의 세계, 지금도 이 세상에서 어떤 종은 사라지고 있다. 주변에 많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꿀벌의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꿀벌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것인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고,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은 기획 자체가 신선했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안부의 편지를 전하는 구성이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 사라져가는 것들이 서로 어떤 안부를 주고 받을지 궁금했다. 그와 더불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보고 싶었다. 부담없이 서간문 형식으로 된 이 책『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를 읽으며 세상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은 색다른 구성이다. 여러 종의 동물이 릴레이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편지를 쓴다. 지금껏 접한 대부분의 자연과학을 담은 책은 딱딱한 문체로 객관적인 느낌으로 읽어왔다. 하지만 그런 생각에 반대로 이 책에서는 감성적인 글귀를 볼 수 있었다.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안타까운 현실을 이야기하며,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감상에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내용을 토대로 문학과 철학 등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편지를 주고 받는다니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할 이야기가 많을까, 의문을 가졌던 나에게 여기에 나오는 동물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주역의 문장도 나오고, 시도 등장한다.

 
좀 더 새로운 방식으로 과학을 읽고 사유할 수 있게 하는 책의 사례를 만들어 보고자 했습니다.
색다른 과학 텍스트가 등장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롤로그 7쪽)
저자의 시도는 기대 이상의 성공적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과학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진 나에게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게다가 사람이라는 존재로서, 박쥐, 꿀벌, 호랑이, 까치, 고래, 비둘기 등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과학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준 책이다.
 

 

 
이 책에는 가장 먼저 인간이 박쥐에게 보내는 편지글이 실려있다. 사실 나 또한 박쥐는 음습한 동굴에서 검은 날개막을 옷 삼아 거꾸로 매달려 자는 모습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편지글을 보면 박쥐를 귀엽게 볼 수도 있지만, 첨부된 사진을 보면 다시 원래의 느낌이 되살아나 몸서리쳐지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일단 생긴 것은 둘째로 하고, 박쥐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흡혈박쥐는 오직 남미에만 사는 극히 일부의 박쥐(세 종)뿐이며, 그나마 사람이 아닌 가축의 피를 먹습니다. 서양의 뱀파이어 전설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아요. (33쪽)
요즘 미국에서는 2006년부터 몇 년째 흰코증후군이라는 박쥐 병이 대유행이고, 일부 종은 그 지역에서 거의 멸종에 이를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보게 되었다. 작은 박쥐 하나가 하룻밤에 먹을 수 있는 해충의 수는 3000마리 이상. 박쥐가 사라지면 그에 따른 생태계 교란도 불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릴레이식 편지글은 박쥐가 꿀벌에게 보내는 편지로 이어진다. 꿀벌이 박쥐에게 편지를 쓴다? 박쥐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 편지글을 읽다가 놀라게 된 사연은 '낭충봉아부패병'관련 글과 사진이었다. 2010년부터 전국을 휩쓸던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전염병 때문에 동양 꿀벌의 상당수가 집단폐사했습니다.(56쪽) 꿀벌의 하소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양에서는 '봉군붕괴현상'이라고 불리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없이 어느날 갑자기 그냥 '사라집니다' 이런 일도 있었구나! 현재 자연 생태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조선 전기와 중기까지만 해도 호랑이는 산 속 외에도 야트막한 지형의 물가 습지에서도 태연히 살았다니,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롭다. 굳이 도시로 데려와 애지중지 키우다가 이제는 도시에 너무 많아졌다고 혐오동물 취급하고 있는 비둘기, 비둘기가 십자매에게 쓴 편지를 통해 알게 되는 십자매의 과거와 노래능력 등 다양한 이야기로 그 동물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점이 많았다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맛이었다.
 
이 책은 사라져 가는 동물들에 관해 상세한 정보를 전해주고 있어서 사실전달면에서 뛰어나다. 게다가 우리의 일상에서 일반인이 잘못 생각하던 것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문학,철학적인 면으로도 접근해주어서 읽을 거리가 풍성한 책이다. 가독성이 뛰어나고, 누구든 한 번 쯤 다른 종에 대해서 그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색다른 시도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이런 시도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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