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에는 내가 왜 이 책을 읽겠다고 덤볐을까 약간 후회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가 분량이었다. 본문만 해도 662페이지에 달하고, 주註까지 포함하면 763페이지에 달하는 대단한 두께의 책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정보 속에서 예측의 비법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읽을 요량이었지만, 이 책 또한 나에게 더욱 넘치는 정보만을 제공해서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두자! 일단 이 책, 재미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예측의 천재 네이트 실버의 슈퍼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거시적인 관점과 미시적인 관점으로 세상의 흐름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이 들더라도 이 책의 흐름에 맡겨 흘러가듯 읽어나가다 보면, 그 논조에 동의하게 된다. 마땅히 의미를 두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던 일상 속의 어떤 사건이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짚어주고 설명해주니 명쾌한 느낌이다.

 

빅데이터의 시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러다보니 어떤 정보가 필요한 정보이고 어떤 것이 쓸데없는 것인지 분간이 잘 안간다. 이 책의 제목처럼 신호와 소음 속에 살고 있다. 그 신호와 소음을 구분하는 능력이 나에게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 『신호와 소음』을 읽어보았다.

 

이 책의 추천사에 보니 '예측이 실패하는 이유는 데이터의 부족이 아니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예측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정보가 하나둘 많아지면 오히려 불필요한 소음의 양도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신호와 소음》은 넘치는 정보에서 쓸모 있는 정보를 가려내기, '신호'에서 '소음'을 제거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라고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 이야기한다.

 

본문으로 들어가보면, 빅 데이터의 시대에 예측은 그다지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살펴볼 수 있다. 그저 전문가에 의한 예측이니 당연히 어느 정도 잘 맞거니 생각했던 나에게는 이렇게 세세하게 짚어본 현실에 호기심이 가득해진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1부와 2부에서는 예측 문제를 진단하고, 3부와 4부에서는 베이즈주의적 해법을 적용하고 탐구한다. 세부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다보면, 경제, 정치, 환경, 건강 등 포괄적인 부분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테틀록의 고슴도치와 여우 이야기가 흥미롭다. 전문가 예측은 전체적으로 형편없지만, 같은 전문가라 해도 예측을 잘하는 축과 못하는 축이 있으니, 테틀록은 이른바 '고슴도치'와 '여우'라는 양극단 사이의 스펙트럼 위에 분류해놓았다. 고슴도치와 여우는 이사야 벌린이 러시아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소설에 대해 쓴 에세이 《고슴도치와 여우》에서 따온 표현이다. 여우의 태도와 고슴도치의 태도는 표로 깔끔하게 정리해놓았는데, 결론적으로 여우는 더 나은 예측자이고, 고슴도치는 더 못한 예측자라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고슴도치만 눈에 띈다는 점이다. 같은 예측이더라도 크고 대담한 예측을 하는 고슴도치에게 텔레비전 출연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우는 훨씬 나은 예측을 한다.

 

1부와 2부에 걸쳐 예측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방출해내는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지식은 많아지는 것 같은데 이또한 소음처럼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 즈음 3부가 시작된다. 베이즈 정리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짚어본다. 다양한 예시와 도표 등의 자료가 없었으면 지루하거나 밋밋할 수도 있을 이야기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나에게 '신호'가 된다. 기존의 통계학도 미약하게 알고 있고, 그마저도 잊고 있던 나에게 베이즈주의 통계학은 새로운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론과 실제가 동떨어져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면, 그 반면에 이 책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한다. 더글러스 애덤스의 말은 이 책을 보고 좀더 예측하고 대비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잘못될 가능성이 있는 것과 절대로 잘못될 수 없는 것 사이의 중요한 차이는, 절대로 잘못될 수 없는 것이 잘못될 때에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거나 문제를 바로잡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권의 책으로 엮이기에는 700페이지가 넘는 두께이기에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 한 권으로 만나는 세상은 다른 책 몇 권의 가치를 충분히 지닌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펼쳐들면 흥미로운 세상이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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