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문학 2 -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2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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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쉽게 읽히는 책이 아니다. 이해하기 위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몇 번이고 읽어야 하는 책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이미『이미지 인문학 1』을 통해 이 책과의 거리감은 느끼고 있었다.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은 아니고,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필된 책이다. 분명 한국말을 사용하는데도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이 책이 주는 그런 느낌을 알고 읽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책을 읽는 것도 역시 가끔은 필요하다. 복잡함 속에 단순함을 보게 되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낯설게 바라본다. 익숙한 우리 현실 세계에서 낯선 이론을 보는 듯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이 책 『이미지 인문학 2』에서는 '섬뜩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언캐니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이미지 인문학 1권에서는 '현실과 은유가 중첩된 파타피직스의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우리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어려운 단어로 치환해놓은 듯한 느낌으로, 그냥 당연한 듯 아무 의미없이 바라보던 것을 대단한 의미를 덧입혀 바라보는 느낌으로, 그렇게 1권을 읽은 기억을 떠올린다. 파타피직스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음에도 단어만 낯설 뿐 이미 익숙하게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2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2권에서는 '언캐니uncanny'라는 표제 아래 파타피지컬한 세계 속에서 인간이 갖게 되는 세계감정을 탐구한다. 디지털 가상에는 어딘가 섬뜩한uncanny 특성이 있다. 실재도 아니고 가상도 아닌 이 유령 같은 존재가 발산하는 으스스한 느낌이 디지털 이미지 특유의 '푼크툼'punctum 이다.(12쪽)
푼크툼의 강렬한 사진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진다. 이런 섬뜩하고 으스스하며 혐오스럽기까지 한 언캐니의 세계, 그 첫 인상은 역시나 낯설다. 하지만 여기서도 낯섬 속에 익숙함이 있다. 언뜻보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낯설지만은 않다.
아날로그 사진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면, 디지털 사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거나 '이미 존재하는 것이 실재보다 더 강렬하게 존재'한다.이 존재의 부정합 역시 언캐니한 분위기를 발산할 수 있다. (45쪽)
꾹꾹 눌러서 읽고 생각하고 떠올려야 이해가 간다. 그런 문장들이 많아서 읽는 속도가 더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책이다.
 
'포토리얼리즘에서 합성리얼리즘으로'에 보면 관객을 쏘아보는 사내가 있다. 이는 빈센트 반 고흐. 강형구의 <푸른 고흐>라는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는 예술가가 많은데, 그 중 다른 작품이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강형구다.
"사람들은 대개 알려진 인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인식하는데, 나는 그렇게 알려진 얼굴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그것을 파괴한다. 그리고 그렇게 파괴된 선들을 조립해 원형을 복원한다."(52쪽)
'사진 같은 그림' 혹은 '그림 같은 사진', 아니 '그림이면서 동시에 사진'이라는 모호한 설명과 함께 '강형구의 작품은 디지털 대중의 이 변화된 이미지 취향, 그들의 진화한 지각방식을 증언한다.'고 이야기한다.
 
언캐니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밀랍인형으로 가득 찬 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생각해보라. 즉 "살아 있는 듯한 것이 실은 죽었을지 모르며, 반대로 죽은 듯한 것이 실은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이야말로 거의 모든 이에게 언캐니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94쪽)
언캐니적인 것을 과도하게 싫어하는 내가 읽기에 이 책은 공포 그 자체였다. 사진 하나 보거나, 글을 읽으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다보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언캐니한 분위기 자체다.
 
올렉 도우의 <타이>, 웬디 맥머도의 <도플갱어> 연작 중 <헬렌, 백스테이지, 메를린 테아트르>를 비롯하여, 이 책을 통해 보게 되는 이미지들은 인상이 찌푸려지면서도 강렬하게 각인되는 작품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여전히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만, 세월이 지나고 지금의 예술이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음에는 어렴풋이 동의하게 된다. 언캐니의 세계를 아름다움으로 본다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이 책에 빠져들어 집중해서 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술술 읽히지 않는 책이라고 의미 없는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언캐니의 세계로 한 발짝 들어가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좀더 세월이 흐르면 언캐니의 세계를 익숙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기리라 본다. 1권에서 이야기한 파타피직스의 세계에 이어 2권에서 언캐니의 세계를 살펴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을 잠깐 빌려 살펴보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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