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
김종관 글.사진 / 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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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을 보면 사랑은 아름답게 표현된다. 두근두근 세상이 핑크빛으로 색칠되며, 현실은 보이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받게 될 것만 같다. 하지만 사랑은 때로는 생각과는 다르다. 영화나 소설 속에서 만나고 설레는 연인의 모습도 사랑의 한 단면이고, 욕정에 불타오르는 사람들의 모습도 사랑의 한 단면이다. 누군가의 사랑에는 이런 것이 없을 수도 있고,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대단히 포장해서 바라볼 수도 있다. 밋밋하고 씁쓸해서 이런 것이 사랑일까 생각되는 그런 경우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랑을 말한다. 이 책은 이야기한다. '사랑은 당신의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사랑이거나 사랑이 아니어서 죽도록 쓸쓸한 서른두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종관 감독.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과 장편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작품을 연출한 감독이다. 이 책은 당연히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분류를 보니 에세이다. 사랑을 바라보는 밋밋하고 담백한 시선,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자 헛헛해지는 시간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민낯 그대로의 사랑을 직시하는 느낌이 든다.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랑의 모습이다.
 
돌아보면 이미 불이 꺼져 있다. 기억은 이미 어둠의 지형 아래 놓여 있다. 잊고자 했던, 잊혀지지 않기를 바랐던, 온전한 기억은 없다. 일어난 일들의 기억은 쉽게 잊혀졌고, 일어나지 않았으나 동요했던 감정들 또한 시간 앞에서는 부질없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275쪽_에필로그 中)
우리의 삶은 흘러가는 감정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잊혀진 줄 알았으나 기억은 사실 불만 꺼져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이라는 제목과 기억에 대한 이 글이 마음에 든다.
 
사랑의 모습은 실로 다양하다. 이 책에서 보게 되는 사랑은 지금껏 책을 통해 보던 사랑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독특함을 준다. 하지만 조금은 우울한, 조금은 쓸쓸함을 던져주는 단편과 감독의 아슬아슬한 자기고백이 팽팽하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도대체 어디까지 사실일까? 굳이 알고 싶지는 않지만, 약간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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