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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평점 :
여행기를 즐겨읽는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습을 책을 통해 바라본다는 것은 방안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여행이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깨달음이 있다는 점도 여행 서적을 자꾸 찾아읽게 되는 이유가 된다. 이 책 『헤세의 여행』은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독특한 인상을 준 책이다. 같은 여행이어도 작가의 여행은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섬세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일반인으로서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잘 잡아내기에 언급한 내용을 읽고 나서야 '아! 그렇게 바라볼 수도 있구나!' 깨닫게 된다. 유명한 작가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그래서 더 궁금한 생각이 든다.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독서 목록에 넣어두었다.
이 책은 20세기 유럽의 작가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고 소개된 독일 출생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화가인 헤르만 헤세가 들려주는 여행 이야기이다. 얼마전『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라는 책을 통해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약 20개월 동안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메모한 글을 읽어보며 그 시대의 여행을 짐작해보았다면, 지금은 『헤세의 여행』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눈으로 스위스, 남독일, 이탈리아, 아시아 여행지와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 기록을 엮은 것이다. (21쪽)
여행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생소한 환경에 자신을 던져두고 내면과 외면 모두 성장하게 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여행서적을 즐겨 찾아 읽고 있기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여행기는 다양하게 많이 접해보았다. 패턴이 어느 정도 비슷하게 흘러가기에 이제는 다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에 관심이 생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으며, 외지인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에 어떻게 느껴졌는지, 여행을 하는 자신의 내면은 어떤 모습인지, 이 책 『헤세의 여행』을 통해 그 시대에 여행을 하며 다른 세상을 바라본 모습과 인간으로서의 생각을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은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어치우게 되는 책은 아니다. 은은하게 음미하며 서서히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시대도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테다. 같은 시대에 살아가도 세대차이를 느끼는데,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데다가 국적까지 다르니 살짝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래도 헤세의 여행을 바라보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고, 내면을 바라보는 방법이나 세상을 사는 방식 등은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관심있게 보게 된 부분은 인도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동양인이며 인도 여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서양인이 바라본 인도의 모습과 비교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헤세의 여행을 통해 그동안 지나온 나의 여행을 되돌아보기도 했고, 낯설고 이국적인 나라를 여행할 때에 헤세가 느낀 것과 비교하며 내가 느꼈던 점을 떠올리기도 했다. 문학의 거성이 그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 닳도록 다니고 사유하며 얻어지는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도 깨닫게 된다. 기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의 책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책이어서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