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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평점 :
작은 텃밭을 가꾼 적이 있다. 처음에는 정말 만만하게 생각했다. 작은 텃밭이니까. 하지만 자연과의 동업으로 저절로 열매를 얻으리라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때때로 잡초도 뽑아주고, 꾸준히 가꿔주며, 약이나 거름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결과는 미약했다. 나름 유기농으로 해본답시고 잡다한 일들을 거의 생략했더니 결과는 참패. 쉽지 않은 일이다. 밭의 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라난다고 한다. 그냥 방치해두니 자연히 얻을 것도 적었던 것이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적었던 것이 참패 요인이라 생각한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아쉬운 점은 자연과 먼 생활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이 있는 것으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다. 그래도 요즘에는 주말농장이나 작은 텃밭 가꾸기 등으로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이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것도 일상에서는 힘든 일이다. 따로 시간과 장소가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표지의 말이 이 책을 집어들어 읽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통해 채소와 열매를 키워 내는 밭에 감사하는 마음을 아이에게 심어 주세요."
엄마도 아이도 자연에서 커나가는 채소와 열매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밭의 노래』는 이해인 수녀의 글에 화가 백지혜가 그림을 그려 펴낸 그림책이다. 동시집 《엄마와 분꽃》(분도출판사) 중에서 '밭노래'라는 시를 그림과 함께 엮은 것이다.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차근차근 읽어주면, 아이도 엄마도 밭의 생명력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될 것이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지는 그림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은 그림을 살리고, 그림은 글을 돋보이게 한다. 시는 그림이 되고, 그림은 시가 된다. 전체적으로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배추 무 상추 쑥갓 등은 손쉽게 사다먹는 작물이기에 그 고마움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렇게 이 책을 통해 하나하나 유심히 바라보니 다르게 보인다. 자연 속에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 든다.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동화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