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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숫자 - 국가가 숨기는 불평등에 관한 보고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동녘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을까말까 고민했던 것은 제목에 있는 '분노'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때문이었다. 읽다보면 분명 현실에 대해 분노하게 될텐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고, 숫자와 그래프로 눈에 확 들어오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며 이 책 『분노의 숫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원들이 2년여에 걸쳐 <분노의 숫자>라는 시리즈로 발표한 글들을 엮은 것이다. 독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통계를 일일이 그래픽으로 만드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정성이 확실히 느껴진다.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여 숫자와 그래프로 나타낸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현실이 이렇게 불공평했구나, 생각하게 된다. 사는 것이 참으로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변화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출생에서 대학 졸업까지 평균 자녀 양육비 3억 1,000만원, 청소년 사망자 10명 중 3명은 자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208만 8,000명, OECD 국가 평균 연간 노동시간에 비하면 325시간 더 일하는 대한민국 노동자, 저축만으로 집 사는 데 걸리는 시간은 27년, 10명 중 3명만 신뢰하는 불신사회 등 어느 부분 하나 살만하다는 느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지속되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후에 이 땅을 살아가는 후손들에게도 사는 것은 고통이 될 것이다. 분노하게 된다.
2012년 고령의 사회학자 스테판 에셀은 마지막 힘을 다 짜내서 "분노하라"라고 외쳤다. 이 책 역시 이런 현실을 보고도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우리는 그 분노가 그저 분노에서 멈추기를 바라지 않는다. 분노를 느꼈다면 자신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 故 김대중 대통령의 이야기대로 담벼락에 대고 욕이라도 해야 한다. 아무쪼록 이 책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을 읽으며 현실은 암울하다는 생각에 분노하게 되지만, 미래는 에필로그의 이야기처럼 2020년 대한민국의 현실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에필로그에 담은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이 땅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위한 기초 자료'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미래, 그 작은 시작으로 일단 우리의 현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변화의 시작을 위한 통계 자료이고, 우리가 분노하며 이상적인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