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인문학 1 - 현실과 가상이 중첩하는 파타피직스의 세계 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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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난해했다.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집필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을 곱씹으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책을 이렇게도 쓰는구나!' 생각했다. 어쩔 수 없이 정독할 수밖에 없는 책, 이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쓰인 책을 읽는 것도 가끔은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의 독서패턴을 살짝 바꿔보며 기분을 전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골치 아픈 일이 많은 때에는 오히려 어렵게 쓰인 한 권의 책 속에 집중해보는 것도 잔걱정을 떨쳐버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한 세상에 다양한 책이 존재한다는 점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다. 편식하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먹듯, 편독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책과 어렵게 읽히는 책을 골고루 읽어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기게 했다. 꽤나 괜찮은 동기부여가 된 셈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진중권. 책날개에 보면 저서가 꽤 많다. 그 책들 중 이 책이 내가 본 진중권의 유일한 책이다. 다른 책을 먼저 읽어보았으면 인상이 달랐을까?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인 듯 낯설다.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은 내용이 흥미로워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도전의식이었다. '지은이의 말'에서부터 당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당황할 것은 없다. 우리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어려운 단어로 치환해 놓은 느낌이 드는 책이었으니 말이다. 그냥 당연한 듯 아무 의미없이 바라보던 것을 대단한 의미를 덧입혀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의미를 입히니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하다. 화려한 해석을 보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파타피직스의 세계로 초대받은 시간이다.  

 

파타피직스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음에도 단어만 낯설 뿐 이미 익숙하게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또한 이미 파타피지컬한 태도를 자연스레 갖게 되었고,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침투해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인터페이스에 이미 익숙한 대중은 가짜마저 진짜처럼 대하는 파타피지컬한 태도를 자연스레 갖게 된다. 디지털 대중은 가상과 현실, 관념과 실재의 구별을 괄호 안에 집어넣어버리는 현상학적 '판단중지', 즉 존재론적 중립의 태도를 취하려 한다. 이것이 디지털 대중의 새로운 세계감정이다. (133쪽)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안경을 건네받는 것이다. 내 시야로 바라볼 수 없는 세상을 책의 도움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안경'의 역할을 해주었다. 나를 확 잡아 끌어당기는 책은 아니었지만, 한 번쯤 세계를 이렇게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2권에서 이야기하는 '언캐니'의 세계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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