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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거짓말의 유혹
리아 헤이거 코헨 지음, 서정민 옮김 / 생각과사람들 / 2014년 4월
평점 :
학창 시절, 수업을 받던 때가 생각난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휙휙 넘어간다. 한 학생이 "선생님, 다시 한 번만 설명해주시겠어요? 이해가 안됩니다."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이런 것도 모르냐는 반응을 보이시며 설명하다가 "이해 안되는 사람, 솔직하게 손들어봐!" 하셨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던 학생들이 하나 둘 주섬주섬 손을 들기 시작했다. 나도 그 학생 중 하나였다. 논어 위정편에 보면 아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知之爲知之 지지위지지 不知爲不知 부지위부지 是知也 시지야'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그 당시도, 나의 학창시절에도,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에 두려워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고 넘어가는 것을 비롯하여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상 생활 속에서 거짓말을 하며 지낸다. 때로는 직설적인 말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충격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빙빙 돌려서 말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좋아보인다는 말도 서슴지 않게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솔직하기만 하다면 그것도 버티기 힘든 분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거짓말은 사회적 소통을 위해 필수적인 수단이다. 그러므로 거짓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관계를 돈독하게 하거나 매끄럽게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사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를 알아보는 척, 반가운 척, 애써 기쁜 척하는 것들은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아주 좋게 말하면, 거짓말도 친절한 마음씨의 일환인 것이다. (16쪽)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묵직하고 두꺼운 책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얇고 간결한 책이다. 마음만 먹으면 금세 읽어낼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다. 이 얇은 책은 훨씬 더 짧은 에세이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거짓말을 살펴본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기 위한 거짓말, 아는 것을 모르는 척하기 위한 거짓말이다. (17쪽)
사회 생활을 하며 다양한 거짓말과 침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이 책에서 크게 두 가지 종류의 거짓말에 대해 살펴보게 된다. 이론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인터뷰하고 조사하여 개인의 사례를 글에 잘 풀어나갔다. 비슷한 상황의 내 모습 혹은 지인의 모습과 오버랩시키며 읽어나가게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얇아서 아쉬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두껍고 잘 안읽히는 책보다는 얇고 술술 읽히는 책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추천사 중 나의 느낌을 한 문장으로 명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글이 있어서 서평의 마지막에 담아본다.
짧고, 흥미롭다. 동시에 강력하고, 지혜롭다.
코헨은 소크라테스처럼 모르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충고한다.
- 존 페리(John Perry) / [미루기의 기술(The Art of Procrastination)]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