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해도 괜찮아 - 똑같은 생각만 강요하는 세상을 색다르게 읽는 인문학 프레임
박신영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정말 수동적으로 책을 읽었구나! 어릴 때에는 나만의 생각이 강했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좁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동화 속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다. 재미가 없었다.『인어공주』의 말도 안되는 상황도 답답했고, 백마탄 왕자가 구원해주기를 기다리는 공주들의 모습도 이해되지 않았다. 공주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악당을 물리칠 때 함께 돕지도 않고, 스스로 도망갈 생각도 안하고 구출되기만 기다리다니! 재미없다. 명작이라는 소설도 유치해서 못보겠다고 생각한 경우가 종종 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그런 책들을 읽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하다. 지금에 와서 읽으려고 시도해도 당연스레 흥미를 잃은 지 한참 지났을 뿐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읽게 되기는 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정도는 아니다. 

 

 그것이 삐딱한 것이라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삐딱함'보다는 '나 다움'이라 표현하고 싶다. 남들이 규정해 놓은 생각에 억지로 동의할 필요는 없으며, 다르게 생각할 자유는 충분히 있는 것이다. 일부러 표현하지 않고 내 마음에만 담아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점에서 이 책『삐딱해도 괜찮아』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52편의 옛날 이야기, 문학, 동화, 영화, 역사 인물 등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자의 경험담과 생각을 이야기한다. '힐링을 말하거나 무조건 꿈을 갖고 노력하라는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다만 내 방식대로 글을 쓰고 세상에 기여하며 나답게 살 생각이다.'라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자세가 마음에 든다.

 

 이 책에는 이미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제공해준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나도 그런 생각을 했기에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그 이상으로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분도 있다. 해피 엔딩에 대한 것이 그랬다.

해피 엔딩이란 영원히 위기가 닥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진정한 해피 엔딩은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과거 해피 엔딩의 경험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 새로운 해피 엔딩을 이루어내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43쪽)

동화책을 보면 '그들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하지만, 실제로 결혼을 하고 나서 행복하기만 한 사람들은 없다.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한 해피 엔딩에 대한 해석을 다른 방향에서 해주니 충분히 공감하게 된다.

 

 「타이타닉」영화는 개봉 당시 두 번 이상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저자가 40대가 되어서 다시 그 영화를 보니 달리 보이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예전의 저자는 로즈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저자는 깨달은 것이다. '책이나 영화는 인생의 모든 디테일을 다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 나이 든 나는 알았다. 진실은, 디테일은, 각각의 인생에 있다.'(82쪽)

 

 이 책에서 특히 공감한 내용은 〔단군신화, 호랑이 처녀의 쿨한 선택〕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야기였다. 무언가 께름칙하던 느낌, 강요받던 감상평 이외의 솔직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려운 부분을 누군가 긁어주는 느낌, 나도 그 생각에 공감할 수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반가운 기분이다.

 

 옛 이야기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솔직함에 시원시원한 느낌, 후련한 느낌을 받게 된 책이다. 공감할 부분이 많았고,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은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차이점을 느끼게 될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 눈치볼 것 없이 생각을 교류하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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