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미술관 -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 시그마북스 미술관 시리즈
엘레아 보슈롱 외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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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다. 금지된 것에 더욱 열광하게 된다. 논쟁이 있으면 없던 관심도 생기며, 호기심이 불타오른다. 그저 청개구리 심보로 취급될 문제는 아니다. 그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그래서 이 책 『스캔들 미술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컸던 것이 사실이다. 문제가 되었던 작품들만 모아놓았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 한 권의 책으로 그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된 책이다. '격렬한 논쟁의 역사를 지닌 70점의 예술작품을 선별'하여 이 책에 담았다는 것에 더욱 궁금해져서 결국 이렇게 이 책을 읽고 말았다. 이 책에 담긴 작품들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며 거기에 얽힌 이야기를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신성 모독, 정치적으로 온당치 못한 것, 성(性)추문, '선'을 넘다 의 네 가지 주제로 사진을 분류하여 엄선된 사진을 담았다. 사진과 함께 그에 따른 이야기가 설명되어 있다. 항상 그 시대에 금기시되는 것이 있으며, 금기를 살짝 건드리거나 넘어가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법도 한 것이 그 시대에는 뜨겁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의 선이 모호하며, 어떤 분야의 예술에서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특히 미술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전히 이 책 속의 작품들도 지금 현재의 우리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실제로 창작을 해야하는 예술가들은 자유롭게 표현하는 데에 커다란 어려움이 있으리라. 하지만 그 어려움은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장점은 그림의 화질이 정말 좋다는 것이다. 적나라하게 그려진 그림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보게 되는데, 어떤 작품은 설명을 통해 그 문제점을 인식하게 된다. 그냥 보았을 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설명을 보고 기함하게 된 작품이 <침례>였다. 그것도 정부 지원금으로 행해진 신성 모독이라니! 작가가 대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뜻 보기에 이 사진에서 크게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사진은 지난 20년 이상 변함없이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고 불쾌하게 만들었다. 사진만 봐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 제목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침례(오줌 예수)>는 실제 소변, 그것도 이 사진을 찍은 작가 자신의 소변에 담근 십자가상을 보여주고 있다.' (34쪽)

 

 <무덤 안 죽은 그리스도의 몸>에 얽힌 일화로는 19세기 러시아 작가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가 바젤 방문 중 이 그림을 보고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이 서 있었다고 전해지며, 후에 그의 소설 『백치』(1869년)에 이 그림의 묘사가 등장하기도 했다는 이야기.

 

 

 

 그저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논란을 일으킨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형을 산 경우도 있다. 이 작품은 오노레 도미에의 풍자만화 <가르강튀아>. 이 작품은 배처럼 부풀어 오른 왕이 여위고 가난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돈을 게걸스럽게 삼키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 노골적인 모욕행위로 도미에는 벌금을 물고 6개월간 수감되었다고 한다.

 

 

 

 <악의 화신>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작품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Him그를>. 히틀러가 악마처럼 묘사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마치 용서를 구하듯 혹은 기도중인 것처럼 무릎을 꿇고 있다. 히틀러가 근대에 들어 일어난 사상 최악의 대학살을 지휘했던 사람이 아닌 그저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그밖에 표지에 담긴 <키스하는 경찰관>, 돼지에 문신을 새긴 작품, 두개골의 백금 틀에 총 1,100캐럿이 넘는 다이아몬드가 가득 박힌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 예술의 규범과 질서를 파괴한 70점의 작품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이 책을 통해 호기심을 채우는 시간은 되었지만, 이 작품들이 '명작'으로 남는다기 보다는 '스캔들'의 하나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쨌든 조용히 사라지는 것보다는 그런 스캔들 하나 남기는 것이 미술사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니 훨씬 나은 것이리라. 지금까지 본 미술관련 서적 중 다른 시각으로 미술 작품을 바라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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