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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경 - 중국 최고(最古)의 지리.의학.역술.보물.신화의 판타지
전발평.예태일 지음, 서경호.김영지 옮김 / 안티쿠스 / 2008년 4월
평점 :
《산해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과전서로, 지리, 역사, 종교, 문학, 철학, 민족, 민속, 동물, 광물, 의약까지 총망라했다.
지금 전해지는 《산해경》은 5권의《산경》과 13권의《해경》을 합해 총 18권이다. (서문 中)
중국 最古의 지리,의학,역술,보물,신화의 판타지 《산해경》
이 책은 2006년 중국에서 발간된 책을 2008년 번역본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한 것이다. 한 권으로 엮은 《산해경》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빠져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책이 여러 권으로 되어 있는 책은 읽기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해 시도조차 하기 힘들면서도, 막상 한 권으로 된 책을 읽으면 아쉬운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 그래도 이 책으로 산해경에 대한 호기심을 약간은 풀어주고,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를 마련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서 《산해경》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이다. 본역자가 《산해경》에 관한 석사논문을 발표한 것이 1978년 2월이었는데, 이것이 이 책에 대한 국내 최초의 연구논문이었다고 생각된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정재서 교수가 《산해경》의 원문을 완역하여 상당히 주목을 받았다. 정 교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산해경》을 동북아시아 특유의 상상력의 원천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입장에서 연구를 진행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런 연구는 중국인 학자들도 아직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정 교수의 업적을 통해 국내의 《산해경》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중국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역자의 말_431쪽)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아가씨? 인어 아저씨?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을 읽으며 상상력의 최고봉 《산해경》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 머릿속에서 상상력은 자유롭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인어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인어'하면 어여쁜 아가씨의 형상을 한 '인어공주'가 먼저 떠오르는 상상력의 한계 속에서, 그 책에서 들려주는 '인어 아저씨' 이야기는 흥미롭다못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에서는 《산해경》에 나오는 인어 아저씨의 그림이 첨부되어 있어서 호기심을 자아냈다. 그림 속의 인어 아저씨는 비정상적인 미인 인어공주와는 다른 현실적이고 생활력 강한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그는 바다 속에서 열심히 짠 비단을 육지로 팔러 다니는 부지런한 아저씨입니다. 비단을 다 팔면 머물렀던 여관집에 숙박비를 지불한 뒤 바다 속으로 돌아가는데, 숙박비를 낼 시간이 되면 여관집 주인에게 그릇을 하나 달라고 해 그릇 앞에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면 그 눈물이 진주가 되어서 떨어집니다. 인어 아저씨는 진주로 숙박비를 지불한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이야기죠? (인문학 명강 동양고전_304쪽)"
이 책을 읽은 계기가 된 것이 인어아저씨 이야기를 찾아 읽는 것이었기에, 처음의 기대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내가 원하던 인어아저씨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능어陵魚는 사람얼굴을 하고 있으며, 손도 있고 발도 있지만 몸은 물고기의 몸을 하고 있다. 이 물고기는 바다에 사는데 그것이 바로 인어다. 인어가 울면 눈물에서 진주가 떨어져 내린다. 그들은 또 육지에 사는 사람처럼 베를 짤 줄 안다. 그들은 가끔 물에서 나와 육지의 인가에 살면서 자신들이 짠 비단을 판다. 그들은 모두 아름다운 여인으로 피부가 옥처럼 희고 긴 머리를 어깨에 드리우고 있는데, 머릿결이 말꼬리처럼 검고 빛나며 5,6척은 될 정도로 길다. (산해경_297~298쪽)
이 책에 수록된 그림에 대하여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그림은 사실 고전 《산해경》에 실려 있는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 심지어는 현대의 화가들이 텍스트를 읽고 다시 그려낸 것이다. (432쪽)
사실 그들의 노력은 가상했으나, 그림이 책 내용과 일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어떤 문장을 읽을 때에 이왕이면 그 문장 내용과 관련이 있는 그림이 옆에 있으면 가독성을 높이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치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심도 있게 읽을 수 없었다. 같은 내용의 그림이 옆에 있었으면 더 좋겠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견한 느낌
《산해경》은 지금까지 다른 책에서 볼 수 있는 수려한 문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 상상력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들의 방대한 상상력에 신기하고 경이로운 느낌이 들었다. 보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정제되지 않은 보물,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책이다. 모래더미 속에 싸여 있다가 이제야 발견된 문화재같은 책이다. 다양하게 출간되어 있는 책이기에 다른 출판사의 책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 앞으로 보다 많은 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로 다양한 버전의 책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