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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 관찰기 - 다윈의 안경으로 본
마크 넬리슨 지음, 최진영 옮김 / 푸른지식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인간동물 관찰기'라는 제목에 꽂혔다. 인간에 대해서 좀더 알고 싶은 생각에 심리학 관련 서적을 주기적으로 읽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포괄적으로 확장될 것 같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인간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본다기 보다는 다른 생명체의 입장에서 인간이라는 동물을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느낌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다윈의 안경으로 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인간의 행동을 바라보며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해석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정도의 이끌림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이 책 『인간동물 관찰기』를 읽어보게 되었다.
마크 넬리슨, 이 책의 저자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는 마크 넬리슨. 벨기에에서 다윈을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고 있는 학자이며 행동생물학 교수다. 인간의 행동과 생물인류학 그리고 동물 보호에 대한 강의를 주로 하고 있으며, 『다윈의 안경』『두뇌 기계』등의 베스트셀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총 9권의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마크 넬리슨'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의 느낌이 괜찮아서 다른 책들도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볍게 읽을 책
이 책의 이야기들은 과학 월간지 <에오스>가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운영 시스템 사이로그에 올린 내용이다. 각각의 단편적인 글들이 옴니버스 형태로 올라와 있는 형태여서 단숨에 읽어버릴 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투리 시간에 부담없이 조금씩 읽어보기에 좋은 책이다.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잠이 번쩍 깨는 충격을 주는 책도 아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볍게 읽을 책이다.
이 책은 어렵고 딱딱한 학술서가 아니다. 잠들기 전에 난해하고 복잡한 영화를 보는 사람은 없다. 가벼운 주제로 읽기 쉬우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어려운 지식 없이도 과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짤막한 일화 형식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머리말_9쪽)
이 책의 머리말을 읽다보면 저자는 이 책을 '당신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기를 추천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그 책을 읽는 시간과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이면 머리말에 나온 추천 시간을 맞춰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담없이 읽어보았다. 그리고 그 추천 시간이 제대로 맞아떨어짐을 느꼈다. 길게 이어지는 글이 아니어서 단편적으로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고, 앞 내용과 상관없이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틈새 독서가 적절한 책이다.
인간동물 관찰 1단계, 2단계, 3단계
이 책은 인간동물 관찰 1단계, 인간동물 관찰 2단계, 인간동물 관찰 3단계로 총 3장으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일상의 에피소드 속에서 이야깃거리를 잡아내어 인간동물을 객관적이고 시니컬하게 풀어내고 있다. 처음에는 행동생물학 교수가 집필한 책이라는 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아무래도 교수가 집필한 책은 학술적이고 무거우며 위트같은 것은 가뭄에 콩 나듯 찾기 힘들다는 것이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종합해볼 때 내가 느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예상을 뒤집어 버린 책이어서 처음에는 조금 낯선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조금 더 읽어나가다보니 그런 편견은 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그 안에서 다윈의 진화론적 입장으로 인간 행동을 재해석할 수 있었다. 그냥 스쳐지나갈 행동이 '다윈의 안경'으로 보면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고, 그 의미에 대한 설명이 또한 이해가 갔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고, 농담처럼 던져주는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다른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 들어 새로웠다. 그래도 각 단계별로 한 가지씩 인상적인 내용을 추려본다.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의 오랜 수법'을 보면 카페에서 팁을 주는 남자의 심리를 이야기한다. 단순히 팁을 건네는 행동에서 진화론적인 의미를 담아서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막상 정말로 그런 사람이 있으면 골치가 아프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아빠가 제공하는 것이 많을수록 아이가 충분한 음식과 보살핌, 교육 등을 받을 기회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 많은 것을 제공하려면 당연히 아빠가 부유해야 한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일컬어 '충분한 자원에의 접근'이라고 한다.....남자들의 이마에 은행 잔액 증명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남자들은 눈에 보이는 팁으로 보이지 않는 자신의 매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남자들의 오랜 수법_21~23쪽)
'진화가 나를 뚱뚱하게 만든다'를 보면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970년대부터 다이어트 산업은 점점 성장해왔지만, 다이어트와 요요가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진화론적으로 접근해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체중 증가가 모두 개인의 잘못이라는 건 다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사실 이 범죄를 책임질 사람들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진화가 그 중 하나다...진화는 우리 조상 할머니,할아버지가 여분의 에너지를 저장하기를 바랐고, 그 시스템을 유전하고자 복잡한 메커니즘이 발전했다. 강력한 에너지원인 당과 지방에 강한 열망을 느끼도록 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이 메커니즘에 따라 당과 지방에 강하게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를 비축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이런 시스템을 만든 것은 진화의 현명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현대인의 식생활에 맞추어 적응시키지 않은 것은 현명하다고 볼 수 없다. (진화가 나를 뚱뚱하게 만든다_102~105쪽)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사람들이 대화를 하며 어찌나 적절한 말을 하는지 감탄할 때가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그런 경험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결국 이긴다'를 보면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우리는 사실 이성적인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데 능숙하지 않다. 여기서 이성적인 대화란 적절한 답변을 하고, 합리적으로 의견을 펼치고, 근거를 토대로 그 의견을 반박하거나 지지하는 것을 의미한다...(중략)...우리의 소리, 즉 대화는 사회적 결속 메커니즘으로 시작되었고, 정보 전달의 도구가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우리가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대중의 대화를 들어본 결과, 연구자들은 사회적 결속을 위한 대화가 대다수라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224~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