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롯 -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20년간의 연구로 복원한 인간 예수를 만나다
레자 아슬란 지음, 민경식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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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예전에 인도 여행을 하며 델리에 있는 바하이 사원에 들른 적이 있다. 하느님, 알라, 야훼, 브라마 등의 명칭은 한 분이신 신성한 존재를 지칭한다고 하며, 그곳에 들른 사람들은 자신의 신에게 조용히 기도하면 되는 곳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각각의 종교에서 좋은 점을 모은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등의 익숙한 종교의 틀에서 자신의 신을 찾고 있다. 자신의 테두리 안에 있는 종교인이 아니면 배척을 하고 전쟁도 불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때 느꼈다. 종교는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각 종교의 장점을 모아 통합하려고 해도 세계의 종교는 하나로 통합될 수 없음을.

 특정 종교에 대한 글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종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비난이라고 생각하며 살인이나 전쟁도 불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볼 때 아슬아슬하게 경계선 상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떤 때에는 줄타기 도중 살짝 휘청이는 듯 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매력이 있기에 종교 부문에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전체 베스트셀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세계종교 둘러보기』​의 저자 오강남의 추천사가 있다.

예수를 연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중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나사렛 예수' 즉, 역사적 인물로서 중점을 두는 연구신앙의 대상으로 받드는 '그리스도 예수' 연구를 들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예수는 '정치적 의식이 투철한 유대 혁명가'였다. (추천사_12쪽)

 

 

 이 책의 저자는 레자 아슬란. 종교학자이자 작가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종교학과 문예창작학을 가르치고 있다. 작가소개란을 보면 그가 어떤 시각으로 글을 전개해나갈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책 『젤롯』은 종교적인 입장에서 예수를 바라본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바라보려고 그 근거를 찾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역사적 사건이든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으며, 이 또한 실제 사실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음서의 보도를 역사 비평적으로 분석하면 성서의 문학적, 신학적 부풀리기를 배제할 수 있고, 역사 속에서 살아 숨 쉬던 예수의 모습을 훨씬 더 정확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 (31쪽)

 이 책을 읽으며, 물론 예수는 어떠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마술사나 치유자, 기적 수행자, 축귀자는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는 벌이가 상당히 괜찮은 전문직이었다는 그 당시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예수가 말한 하느님의 나라가 어떤 의미일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메시아에 대한 통일된 견해가 없기에 예수를 메시아로 받아들인 사람들조차 메시아가 실제로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십자가 처형은 고대사회에 보급된, 대단히 일반적인 처형 방식이었고, 부활에 대한 견해를 성서와 당시 사회 분위기를 오가며 풀어내고 있다.

 역사인가 신화인가? 어떻게 신격화 시켰는가? 우리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한 세대, 두 세대 거쳐 역사가 되고, 영웅이 되고, 신격화되는 수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 뒷얘기 혹은 숨겨진 이야기 정도로 책이든 방송이든 어떤 매체로 접하게 된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단순한 모함인지 사실인지, 그런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미 검증할 수 없이 시간이 흐른 역사적 순간을 '이런 견해도 있다'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세세한 항목을 이것은 진실이고, 이것은 아니라며 파헤치며 연구하는 자세로 읽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기원후 70년 전까지만 해도 바울의 기독교는 파문당해야 마땅할 사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상황이 바뀌었다. 2,000년이 흐른 오늘날, 바울이 만든 그리스도가 역사적 예수를 완전히 집어삼켜버린 셈이다. 이 땅에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제자들을 이끌고 갈릴리를 배회하던 혁명적 젤롯에 대한 기억, 예루살렘 성전 제사장들의 권위에 반발한 매혹적인 설교자에 대한 기억, 로마의 압제에 도전하다 실패한 과격한 민족주의자에 대한 기억은 역사의 뒤편으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에필로그_307~308쪽)

 역자후기에 보면 이 책을 어떤 사람들에게 권하는지에 관해 적고 있다.

 예수의 진면목이 궁금한 이들, 그러나 예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 또한 예수에 대해 좀 알고 있는 이들이나 예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이들, 여러 가지 이유로 예수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또한 그 말에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내가 그러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흥미롭게 이 책을 읽었고, 종교적인 접근이 아니라 역사적인 접근이기에 주석과 참고문헌을 꼼꼼이 살펴가며 읽어볼 수 있었다. 또한 당시의 종교, 사회, 정치적 분위기와 역사의 흐름을 좀더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과 다른 관점에서 '나사렛 예수'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예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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