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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얼마나 공정한가 - 세계 50개 기업에 대한 윤리 보고서
프랑크 비베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중국의 하천이 오염되고, 방글라데시 주민들이 쥐꼬리만 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몰디브가 바다에 가라앉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 책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그리고 답변한다.
"당연히 관련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제3세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재앙은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암울한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보다 저렴하게 소비하는 상품은 빈국 노동자들의 눈물에 기대어 생산되는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복지의 대가는 개발도상국 사람들뿐 아니라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손들도 함께 치러야 하는 문제다. 아무리 개인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세상이지만, 아무 생각없이 소비하는 것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 관련 서적을 읽을 때에는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이기에 읽어나가게 되지만, 금세 또 잊고 익숙한 일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관련 서적을 읽을 필요가 있고, 그때만이라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환경과 소비를 생각하고 현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프랑크 비베. 독일의 권위 있는 경제지『한델스블라트』의 뉴욕 특파원으로 <비베의 세계 구석>이라는 고정 칼럼을 쓰고 있는 경제 전문 저널리스트다. 현재는 주 관심 분야인 은행, 증권, 보험, 재정 정책, 금융 정책, 기업 윤리 등을 주제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관심이 많은 사람은 전체적인 내용을 다 읽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고,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은 2부의 내용을 먼저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일단 2부에서 구체적인 기업의 내용을 읽어보다보면 앞의 내용이 궁금해져 자연스레 앞으로 손이 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 것인가 독자에게 일러준다.
이 책의 근본적 성찰에 별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기업들에 대한 평가 영역으로 바로 넘어가도 된다.
다만 이 평가에 실질적 단초를 제공한 <윤리 보고서의 구상> 장은 먼저 읽어 보길 권한다. (11쪽)
이 책은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공정성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한다. 지속 가능성, 윤리와 시장의 조화, 자본주의의 대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또한 책임의 경계, 현실적인 문제들, 윤리와 사업 모델 등을 짚어본다. 1부의 3장에서는 기업 선정 기준, 정보의 출처, 자료들, 등급 평가, 자체 평가 등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이론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가 싶더니 2부에서는 50개의 기업에 대한 윤리적 평가가 이어진다.
2부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보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 가득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구글, 나이키, 네슬레, 노바티스, 다논, 로레알, 루프트한자, 맥도날드, 유니레버 등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알고 있던 사실보다 모르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더 많았다. 평점과 미처 알지 못하던 기업 이야기를 알게 된 점에서 연예인 X 파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이 책의 별점 평가는 주관적이지만 나름대로 명확한 근거가 있고, 활발한 논쟁에 대한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평가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모든 윤리 문제에 시각을 열어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리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개별 특수성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59쪽)
저자의 이야기처럼 이 책이 자극제가 되었으면 한다.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업에 대해서 폭넓은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소비자로서 기업에 대해 알게 되고, 지식의 영역이 확장될 것이다. 그런 소비자들이 모여서 사회 이슈가 되면, 개인의 미미한 힘이 아니라 사회를 뒤흔들 목소리가 되어 기업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자세를 갖출 것이다. 일단은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기업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 시작을 이 책을 계기로 마련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