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주인
레지 드 사 모레이라 지음, 이희정 옮김 / 예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아도 호감이 급상승하는 책이 있다. 어떻게든 읽어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분위기, 언제든 결국은 읽고 말 것 같은 느낌, 이 책이 그랬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책방에서, 자신이 읽어본 책만 파는 책방주인'이라는 설정, 참신했다. 그런 책방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목만 보고 나만의 상상 속에 빠졌다. 그렇게 이 작품 <책방 주인>의 이야깃속으로 들어가보았다.

 

 

 이 책은 생각보다 얇다. 휘리릭 읽어나가면 너무 쉽게, 금세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다. 아쉬울 정도로 빨리 끝나버리는 책이다. 그래서 베르나르 플레시라는 문학평론가가 주의를 준다.

"너무 빨리 읽지 마시길. 이 즐거움을 천천히 오래오래 누리시길."

나는 그 경고를 어겼고, 그렇게 이 책을 놓칠 뻔했다.

 

 사실 처음에는 궁금한 마음에 빨리 읽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너무 다른 전개에 당혹스럽기까지 하고, 책방 주인에게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 해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허무한 마음으로 책뒷표지를 읽어나가다가 정혜윤의 글에 시선이 고정된다.

"읽는 도중 이 책에 나오는 책과 손님이란 단어를 모조리 바꾸고 싶은 유혹을 느낄지도 모른다. 책은 사람으로, 사람은 책으로. 이로써 우리도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이 된다. 우리는 우리를 읽고 해독할 사람을 기다린다. 우리는 무한히 발견되길 기다린다. 우리는 발견자의 어깨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우리는 그렇게 만난다." -정혜윤(<여행, 혹은 여행처럼> 저자, CBS 피디)

 

 다시 한 번 이 책을 집어들었다.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읽어본다. 베르나르 플레시의 조언대로 천천히, 천천히 읽어보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느 순간, 책 속의 이야기가 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책방주인은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순간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된다. 뜬금없이 무인도에 가져갈 세 권의 책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사랑과 사후세계, 환생 등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책과 사람, 뒤죽박죽 섞어보며 읽게 된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해체된 이상한 나라로 초대받는 느낌이다. 2002년 프랑스 엘뤼 도서상 수상작인 이 책을 읽으며 프랑스 소설의 독특한 분위기에 이끌려 상상의 나래를 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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