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호텔 -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 이야기
빅토리아 스위트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병원에 대한 씁쓸한 경험 하나 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환자로 갔을 때 말이다. 어찌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무언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의사들은 돈이 중시되는 사회의 분위기에 익숙한 듯하고, 그들에게서 진정으로 환자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그런 것은 어쩌면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 세계는 그러기 힘든 것이니까. 사회 시스템 자체가 그러니 더이상 할 말은 없고, 그런 요구를 하는 마음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말고 다른 것을 궁금해하며, 병원 의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진다. 일반 병원의 현실이 아니라,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의 병원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책 <신의 호텔>은 미국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일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나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영혼과 심장이 있는 병원, 라구나 혼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신의 호텔'이 무엇인가 궁금했는데, 표지에 잘 설명되어 있다.

라구나 혼다 병원미국 최후의 빈민구호소로, 아픈 이들을 대가 없이 돌보던 17세기 파리 시립병원의 후손 격이다.

수도원 의무시설에서 출발한 이런 병원을 프랑스에서는 '신의 호텔'이라고 부른다.

 

 

 책날개에 보면 저자 소개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빅토리아 스위트.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대 임상부교수이자 역사학자. 라구나 혼다 병원에서 내과의사로 20여 년간 일했다. 이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학과 의료 시스템에 대한 혁신적이면서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담은 <신의 호텔>을 집필하여 언론과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반스앤노블, <커커스 리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서 '올해 최고의 논픽션'으로 선정됐다.

 

 병리학 임상 로테이션 첫째 날이자 첫 부검이 있던 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부를 할 시체의 얼굴에 덮여 있던 천을 걷어내는 순간, 그 시체는 처음 진료한 환자인 베이커 씨인 것이었다. 그날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했다.

훨씬 후에 나는 한때는 의학 분야에도 살아 있는 육신에는 있지만 시체에는 없는 그 무언가를 지칭하는 단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라틴어로 '스피리투스spiritus'가 있었다. 그리고 '아니마anima'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의학에 발을 들여놓을 즈음에는 스피리투스나 아니마 같은 단어는 의학사전에서 추방된 지 이미 오래였다. (10~11쪽)

저자는 우여곡절끝에 샌프란시스코의 라구나 혼다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두 달 파트타임으로 일하겠다고 찾아간 것인데, 20년 넘게 그곳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기간 돌보게 된 환자들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책은 400여 페이지의 두꺼운 분량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첫인상과는 달리 손쉽게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한다.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금세 몰입해서 읽게 된다. 드라마를 보면 환자와의 에피소드가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느낌도 그러했다.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듯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이 책의 흐름은 강약이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의료 현실이나 의학 지식 등을 이야기해주다가 환자 하나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간다. 환자의 상황에 대해서는 꽤나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치료 과정과 경과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좀더 눈이 번쩍 뜨여 하나하나의 사례를 읽어나가게 된다. 허구가 아니라 논픽션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어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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