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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것을 통해 존재를 알게 되는 작품이 있다. '노예 12년'은 제 86회 아카데미 수상작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예고편만을 접한 상태에서 관심이 생겨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영화관에 가는 시간과 2시간 30분의 긴 러닝타임에 망설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먼저 책을 통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노예 12년>은 노예생활을 한 실화를 담은 논픽션 자서전이기에 더욱 놀라운 마음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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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띠지 뒷면에는 '뉴욕 시민 솔로몬 노섭이 워싱턴 시에서 1841년 납치되어 루이지애나의 레드 강 근처 한 목화 농장에서 1853년 구출되기까지'라고 적혀있다. 그 설명 만으로도 상상 그 이상의 어이 없는 일을 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띠지의 글만 보아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띠지의 앞면에는 '잃어버리기는 너무도 쉽고 되찾기는 너무도 어려운 것. 그것은 자유, 인간의 자유!' 라는 말이 적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현대인으로서 옛 시절 억울한 일을 당했을 솔로몬 노섭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자유인으로 살다가 납치되어 12년의 노예 생활 끝에 자유를 찾은 한 미국 흑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설명만으로도 안타까운 느낌이 강하게 드는 글이다. 그의 이야기는 1853년 1월 20일 뉴욕 타임스 1면에 소개되었고, 이후 3개월 만에 책으로 자세하게 엮어져 나왔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진술들의 많은 부분은 풍부한 증거에 의해 확인된 사실들이다 - 나머지 것들은 전적으로 솔로몬의 주장에 의거한 것이다...그는 같은 이야기를, 아주 세밀한 부분도 어긋남이 없이 일관되게 반복했으며, 또한 원고를 꼼꼼히 숙독하면서는 아주 사소하게나마 부정확한 부분이 나올 때마다 수정을 요구했다. (편집자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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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2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의 시작에서 그의 행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그에게 일어난 일들을 가감없이 바라보게 된다. 자유인으로 태어난 솔로몬 노섭은 30년 넘게 자유 주에서 자유의 축복을 누리며 살았다. 결혼을 하고 평범한 가정을 이루어 세 아이를 키우며 살던 어느 날, 그의 삶에 학대와 슬픔, 절망이 다가온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기도 했구나!' 때로는 생각보다 더 처절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자신의 경험담을 사실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수없이 수정해가며 책으로 발행했기에 읽는 사람에게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왔으리라. 노예 제도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 비인간적인 제도에 분명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하고 바꿀 수 없는 제도라고 파악되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부조리한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솔로몬 노섭이 플랫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단 하루였지만, 플랫이 솔로몬 노섭이 되기까지의 시간은 12년이나 걸렸다. 그 세월을 어디에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조금은 빡빡하고 디테일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마음은 무거워진다. 화가 나고 어이없고 안타까운 마음에 기분이 가라앉는다.
나로선 노예제에 관해서 직접 목격한 것에 한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다- 내가 알고 있고 개인적으로 직접 경험한 것에 한해서만 말이다. 내 목표는 사실들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진술하는 것, 내 삶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전달하는 것일 뿐, 소설책 속의 이야기들이 실제보다 더 잔인한 학대나 더 가혹한 속박을 말하고 있는가 하는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26쪽)
이 말을 보며 그의 집필 목표를 가늠해볼 수 있다. 그렇기에 그 당시의 상황이 독자인 나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온갖 감정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리라.
이 책을 보고 나서 솔로몬 노섭의 삶은 해피 엔딩이 아니었다는 옮긴이의 말을 보게 되었다.
<노예 12년> 자체는 결국 자유를 되찾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해피 엔딩이지만 이후 솔로몬 노섭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책의 말미에 나왔다시피 노예 상인을 상대로 한 소송은 기각되었고, 책이 나온 후 솔로몬 노섭을 기억해 낸 한 뉴욕 카운티 판사의 제보로 1854년에 두 납치범이 체포되었지만 재판은 흐지부지 미루어지다가 결국 1857년에 기각되었다. 솔로몬 노섭은 그런 와중에도 목수 일도 하고 농사지을 땅도 빌리고, 프레더릭 더글러스 등의 노예제 폐지 운동에 가담해 강연을 하는 등 명성도 쌓았지만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노예 12년>은 많이 팔렸지만, 그가 받은 돈은 3,000달러에 불과했다. (332쪽)
자유를 찾은 지 겨우 4년, 그의 이후 행적과 죽음에 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한다. 떠돌이? 보복살해? 다시 노예로 납치? 소문만 무성한 채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다.
이 책은 해피 엔딩이지만, 삶은 지속되고 책과 다른 결말로 마무리 되었다는 것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시간이다. 이 책을 읽고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추스르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