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시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하면 '동화작가'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 등의 동화를 지은 작가가 아니던가! 당연히 그가 동화만을 쓴 동화작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의 첫 장편소설 <즉흥시인>을 읽고 나서야 그가 동화만 쓴 작가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흥시인>을 읽으며 그의 작품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시간이다.

 

 안데르센은 1805년 4월 2일 덴마크 오덴세에서 가난한 제화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꿈은 배우가 되어 출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펜하겐으로 온 그에게, 왕립극장 감독 요나스 콜린은 헛된 꿈을 버리라고 야단쳤을 뿐만 아니라, 등록금까지 마련하여 그를 학교에 보내주었다. 이 은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안데르센은 자신의 계급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기껏해야 삼류배우로 살다가 생애를 마쳤을 것이다. (작가 소개)

 

 안데르센이 워낙 유명한 동화작가인데에 비해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즉흥시인>은 1835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인데,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책 한국어 번역본은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완역 출판된 것이다. 약간은 두꺼운 소설이지만, 길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었다.

 

 이 소설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로마, 베네치아 등을 배경으로 젊은 즉흥시인 안토니오와 아름다운 여배우 아눈치아타의 안타까운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들의 사랑을 그려낸다. 삼각관계, 결투, 오해, 어긋남 등의 요소는 평생 사랑하더라도 그 사랑을 곁에 두지 못하게 한다. 여자의 처참한 마지막까지도 사랑했으나, 아눈치아타는 안토니오에게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 편지는 읽는 이에게 사랑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모든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자연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소설이다. 같은 자연을 보아도 나는 그렇게 표현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부러움이 가득해진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그 점이 나에게는 더욱 크게 와닿는 책이었다.

 

 이 책을 보고 두 번 놀라게 되었다. 첫 번째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에게 이런 두꺼운 장편소설이 첫 장편소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책 속의 문장이었다. 이토록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라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세세한 묘사!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마음을 끌어들이는 묘미가 있었다. 나에게 그동안 부족했던 서정성이 채워지는 듯하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채우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몰입해서 읽게 되고, 딴 생각을 할 여력을 느끼지 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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