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선생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남진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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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로베르토 볼라뇨의 소설이다. 스페인의 소설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1981~82년에 쓰인 볼라뇨의 초기 작품으로 1994년 첫 출간 당시 스페인의 펠릭스 우라바옌 중편 소설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 이 책은 1994년에 <코끼리들의 오솔길>이라는 독특한 제명으로 스페인에서 발표된 것이 1999년 개정판을 내며 <팽 선생>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으로 나왔고,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2013년 열린책들에서 번역출간된 것이다. 이 책 제목에 나오는 '팽 선생' 그는 누구이며,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이 소설 속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설 속 일들은 거의 모두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이다. 바예호의 딸꾹질, 피에르 퀴리를 치었던 마차, 그리고 최면술의 이런저런 측면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었던 퀴리의 마지막 작업, 혹은 마지막으로 했던 작업 중의 하나, 바예호를 거칠게 다루었던 의사들. 팽 역시 실제 존재했던 사람이다. 조르제트는 격렬하고 분노에 찬,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기력한 기억들로 채워진 몇몇 글에서 그를 언급했었다.' (10쪽)

소설을 읽으며 극도로 호기심이 강해질 때에는 그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이다. 단순히 작가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세계라고 생각하고 접했다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긴장감이 증대된다. 바짝 긴장하고 음습한 소설 속 분위기에 빠져든다.

 

 어느날 레노부인이 팽선생에게 다급하게 부탁한다. 그의 이름은 바예호. 딸꾹질을 멈추지 않고 체온도 4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의사들이 못하는 것을 당신은 침술로 할 수 있잖아요." 레노 부인은 친구의 남편인 바예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팽 선생에게 부탁을 한다.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낯선 두 사람이 미행을 하는 듯 하다. 의사들은 딸꾹질을 멈추지 않는 바예호를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팽 선생에게 무슨 일인가 벌어질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 사실을 팽 선생이 인지한다는 것 자체가 이 소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하는 점이다. 공포영화를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순간의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가장 공포를 느끼게 된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스산한 분위기, 무언가 음모가 숨어있는 듯한 상태에서 으슬으슬한 마음 상태는 긴장감이 가득해진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곱씹어 생각해볼 때 소름이 돋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마지막 장면의 대화가 충격적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 결말로 생각했지만, 생각할수록 섬뜩하다. 여기에 적고 싶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이 의미 있으리라는 생각에 꾹 참는다.

 

 이 책은 독자에게 친절하게 떠먹여주는 작품은 아니다. 퍼즐같은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사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모호한 느낌에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다시 읽어보았다. 지금에서야 한 리뷰어가 '전부 읽은 뒤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는 글을 읽었다. 첫 번째 볼 때에 각각의 퍼즐을 제공받은 느낌을 받는다면, 다시 볼 때에는 그 퍼즐들이 서로 연결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이야말로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결론과 감상이 있을 듯하여 다른 이들의 느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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