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피쉬 - 물고기로 보는 인류문명사, KBS 글로벌 대기획 다큐멘터리
송웅달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슈퍼피쉬'라는 제목 자체만으로는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예상할 수 없었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것은 사진때문이었다. 사진을 보니 눈이 휘둥그레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슈퍼피쉬>는 2012년 5부작 시리즈로 방영된 다큐멘터리이다. 하지만 그 당시 방송을 못보았기에 이 책을 통해서 접해보게 되었다. <차마고도><누들로드>를 잇는 글로벌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더욱 끌리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읽을수록 더욱 흥미로운 마음이 생긴 책이었다. 읽을수록 매력적이고,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되는 책이다. 다 읽어갈 때 즈음에는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책이었고, 기대 이상을 준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인간사를 훑어보는 기회를 마련해보았다. 이 책의 장점은 물고기를 통해서 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점이었다. 생생한 사진은 내용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어주어 책 속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고기를 매개로 해서 인간 삶의 역사를 훑어보는 것은 흥미롭다. 예전에 이런 시선으로 살펴본 적이 없기때문에 더욱 신선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물고기 사냥의 귀재, 가마우지를 이용하여 낚시를 하는 모습을 다룬 부분은 흥미진진하다. 어부와 가마우지는 천 년이 넘게 함께 일한 동료다. 중국 리강의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훈련하는 방법과 훈련시킨 가마우지로 물고기를 잡아올리는 장면은 눈에 쏙 들어오는 부분이다. 가마우지와 어부들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삶의 동반자적 모습을 하고 있다. 오랜 전통과 역사가 그것을 증명한다.

 가마우지는 잡은 물고기를 적어도 7마리까지만 계산한다. 일곱 번에 한 번 정도는 목의 줄을 풀어주어 그들에게 물고기를 삼키게 해야한다. 보답이 없으면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아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주인을 위해 물고기를 잡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부들은 가장 질 좋은 물고기를 갖고, 가마우지에게는 남은 잔챙이들을 먹인다. 잔인하면서도 기지 넘치는 이 사냥법은 1,3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61쪽)

안타깝게도 이제 가마우지 낚시는 거의 관광상품으로서 재연되고 있는 정도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관광상품으로라도 보존,유지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의 말에 나 또한 안타까운 마음에 씁쓸해진다.

 

 이 책은 책 속의 다양한 표현에 웃었다가 심각해졌다가 경건해지기를 반복하며,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특히 참치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비유되어 이해하기 쉽다.

 참치는 햇살이 맑고 바람이 조용한 날을 좋아한다. 바다 깊이 서식하며, 날이 흐리고 춥고 비가 내리고 파도가 세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마치 해변의 비키니 입은 아가씨와 같다. 해가 나면 비키니 입은 아가씨가 해변에 나와 눕듯, 참치도 해가 나면 수면 위로 올라와 등을 보여준다. (81쪽)

 

 최후의 만찬에 대한 숨은 이야기도 상세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주어 읽는 이의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그림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자 1977년부터 복원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복원 작업 22년 만에 예수의 식탁 위에 놓인 접시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베일에 가려있던 최후의 만찬 속 음식 메뉴 역시 '오렌지 슬라이스를 곁들인 생선'. 아직 어떤 어종인지는 불분명하지만, 15세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최후의 만찬 메뉴로 그려 넣은 것은 물고기였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지식도 많았고, 그런 점에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고기 잡이의 다양한 방법, 지역마다 다른 어종과 인간 역사와의 연계, 물고기 저장 방법을 통해 바라본 인류의 식문화, 종교와 물고기의 연계, 현대사회의 어획 관련 현황 등 이 책을 통해 포괄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오늘날 첨단장비로 무장한 대형 선망 어선이 무차별적으로 쓸어 담는 참치 어획량은 엄청나기에 지중해 참치는 현재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항상 바다를 크고 아름답고 지칠 줄 모르는 곳이라 생각해왔다. 하지만 오늘 참치가 있다고 해서 내일 참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몇 십억 년 동안 생명이 있었던 이곳, 재생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는 이곳이, 우리가 하는 행동들 때문에 재생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있다. '발견-개발-고갈-몰락'을 반복하는 어장의 변천사는 20세기 유전 개발을 향한 인간의 탐욕을 닮았다. (335쪽)

 

 이 책을 읽으며 물고기를 통해 문명이 발달되는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와 미래에도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인 물고기에 대해 통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너무도 흔하지만 언제 우리 곁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물고기'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에필로그의 제목처럼 '물고기, 고맙고 미안하고 경이로운 존재'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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