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표지의 고양이를 보면 눈빛으로 무언가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고양이란 존재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 소재 자체가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고양이에 대한 책이라면 일단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기에, 이 책 또한 마찬가지의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어머니 사라와 딸 로라, 남편 조시. 이 책에 주로 나오는 사람들은 고양이 프루던스가 바라보는 대상이다. 아기고양이 프루던스는 공사 현장에서 사라를 만났고, 그녀와 함께 생활해왔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사라는 나타나지 않고, 로라와 조시가 집으로 와서 모든 물건을 정리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라의 물건은 정리되어 일단 로라의 집에 가지고 온다. 하지만 고양이 프루던스가 보기에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왜 로라는 이 상자들을 들여다보며 나와 함게 사라를 기억하려 하지 않는 걸까? 그러면 사라가 왜 돌아와야만 하는지 알 수 있을텐데."(88쪽) 아무도 프루던스에게 사라가 왜 돌아오지 않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프루던스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 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프루던스는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만 인간에게 말을 할 수는 없다. 로라가 "프루던스는 사실 사교적인 고양이가 아니예요."라고 조시의 누나에게 말할 때, "프루던스는 올바른 예의를 갖춘 인간들하고만 놀아요."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화가 치민다. 목소리도 예쁘지는 않다. 사라의 말에 따르면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생선 장수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단다. 생선장수 목소리를 가진 고양이 프루던스,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며 그들의 행동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하며 철저히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본다.

 

 하지만 책은 프루던스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펼치지 않는다. 프루던스가 백합을 먹고 의식불명이 되었을 때에는 로라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로라의 속상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가슴 뭉클해지는 느낌이다. 나또한 고양이 프루던스가 얼른 깨어나기를 내심 바라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 몰입되어 함께 안달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그 점이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저자가 고양이에 대해 섬세하게 관찰하고 글을 썼으리라 짐작되는 부분이 꽤나 많았다. 왜 고양이들이 물을 자꾸 쏟는지,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반응하는지, 익숙하지 않은 음식에 대해 쉽게 적응하지 않았던 일 등등 고양이 프루던스의 생각을 통해 우리집에 자주 드나드는 길고양이들의 마음을 헤아려본다. 또한 로드킬 당한 아기고양이의 머리만 흔들거리던 장면을 보며, 나 또한 보았던 그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고양이들과의 기억이 다양한 사람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소설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었다.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인간을 바라보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 거기에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묘사가 탁월했다는 것이 오히려 이 책 <러브 인 뉴욕>의 초반에 몰입을 약하게 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고양이 이야기라는 점, 다양한 시선으로 전체적인 모습을 바라보게 된 점 등 이 책은 읽을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으며 마지막에 허무한 마무리를 느꼈다면, 이 책은 후반으로 치달으면서 안타까움과 애잔한 느낌이 교차되며 내 심금을 울리는 묘미가 있었다. 처음에 몰입되는 속도는 아주 느렸지만, 마지막으로 향해갈수록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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