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인도를 만나다
김도영 지음 / 북치는마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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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책소개를 보니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인도인에게 하지 않아야 할 질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는 사람을 밖에서 만날 때 "어디 가느냐?", "왜 가느냐?"고 묻는 것은 힌두의 미신으로 볼 때 큰 실례다. 이 질문을 듣는 순간 힌두들은 "오늘 일을 망치겠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다. 시험을 보는 학생들 편에서는 오늘 시험 망쳤군!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오늘 사업 잘되긴 틀렸군! 하고 여긴다. 집에서 나가려는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인도인들은 집으로 다시 들어가서 물을 한 컵 마시거나 과자를 먹거나 한 다음 나온다. 일종의 불길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의례다.

 밖에 나가는 인도인들에게 "어디,왜" 를 물으면 안된다. 그 대신에 구체적으로 학교에 가느냐? 회사에 가느냐? 라고 물어야 한다. 이것을 잘 모르고 학과에서 만나는 교수들에게 자주 "어디 가십니까?" 물었는데 어쩐지 그렇게 유쾌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나는 친절과 관심을 보엿지만 상대는 거북하게 받아들였다. (246쪽)

 

 

 그 사실을 몰랐다. 모르고 실례를 범한 일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책소개만 봐도 배우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보고 나니 다른 이야기도 궁금했다.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궁금하지만 알기 힘들었던 사실을 하나 하나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인도에 대해 넓고 깊게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껏 내가 읽은 인도에 관한 책은 크게 두 가지 종류였다. 인도를 주관적으로 바라보며 지나치게 미화한 여행 책자이거나 실제로 인도의 모습이 그런 것인지 확인하고 쓴 것인지 의심스러운 뻔한 이론만 담긴 책, 그렇게 두 가지였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는 1988년 인도로 유학하여 현재 26년 째 인도에서 살고 있다. 현재 델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원 동아시아과에서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0년 한국어 전파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인도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감상을 늘어놓거나 대충 짜집기해놓은 이론으로 한 권을 엮지는 않았으리라 짐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나에게 상상 이상! 기대 이상! 인도에 대해 새로이 알아가는 즐거움이 넘친 책이었다. 단순히 잠깐 인도에 다녀왔다고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고, 내가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궁금했지만 알 수 없었던 것을 알아가는 것이 이렇게 즐겁다니! 눈이 번쩍 뜨인다.

 

 이 책을 보며 인도인의 성향을 현지에서 오래 지낸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왜 그들이 그러는지 종교적인 면을 근원으로 생각해보고,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특히 인도인에게 대놓고 물어볼 수 없는 금기 사항인 카스트에 관해서 심도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본인이나 딸아이들의 인맥 속에 다양한 사람들을 예로 들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갔는데, 그 점이 현장감 넘치고 이해하기에 쉬웠다.

 

 그동안 읽은 인도 관련 서적이 수학 공식에 해당된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공식을 대입해서 응용문제를 풀어가는 느낌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타가 많고 단어 표기에 있어서 일괄성이 없는 부분도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은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을만큼 내용이 알차고 도움되어서, 절대 대충 읽을 수 없고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었다. 인도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 인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읽어보고, 인도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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