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심야특급
조재민 지음 / 이서원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질 때 흥미롭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괴로운 일이라도 지나고 보면 모험담이 되고 추억이 된다. 나의 경우에는 모범적이고 안전한 여행을 선호하기 때문에 스스로 제약을 많이 두고 다닌다. 일탈을 꿈꾸는 것은 마음 뿐. 그런데 여기 제대로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의 여행모험담이 펼쳐진다. 책날개에 빽빽히 적힌 소개만 보아도 숨이 턱 막힌다. 저자는 캘리포니아의 한 고속도로에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상대방이 음주운전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남미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이 책을 통해 보고 싶었다.

 

 이 책의 매력은 직접 경험하고 싶지 않은 무모한 모험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마광수 교수는 추천사에 '난 이 여행을 권하지 않는다.'고 적었을까? 직접 겪고 싶지 않고, 직접 해볼 엄두도 나지 않지만, 그런 여행을 한 사람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읽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 책 <아메리카 심야특급>을 통해 간접적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다닌 것이 아니라, 여행을 끝내고 와서 또 가야겠다는 명분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책이었다. 또 가야만 한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글이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군대 이야기는 원치 않던 이야기여서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간접경험은 톡톡하게 하게 된 책이다.

 

 그곳이 그렇게도 여행하기 힘든 곳이었나? 아니면 저자에게만 그런 일들이 벌어진 것일까? 저자의 이야기를 보며, 그 중 내가 한 가지라도 겪었다면 혼란한 마음 속에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바로 귀국했으리라 생각해본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고행이다. 고문이다. 나 역시 그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저자에게는 그 여행의 기억이 책을 쓰게 하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힘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히 이 책에는 쿠바 여행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솔깃한 마음으로 쿠바 부분을 읽게 되었다.

 쿠바를 갔다 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이야기 했었다. 자신의 여행에서 쿠바가 최고였다고. 그래서 물어봤다.

"할머니도 쿠바가 가장 좋았어요?"

"음, 나는 18살 때부터 여행을 다녔거든. 몇 년씩 다닐 때도 있었고 일을 하다가 틈틈이 다니기도 했어. 그렇게 해서 지금 내 나이가 72이야. 좀 많지? 그런데 내가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그러니까 몇 년이지, 55년. 그 55년을 통틀어서 쿠바가 최고였어." (190쪽)

나도 여행 중에 누군가에게 어떤 여행지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누군가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쿠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곳에 대한 환상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며 쿠바에 대한 여행 이야기를 처음 보았기에 더욱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저자의 모험담 속에 푹 빠져들어 책을 읽은 시간이다. 세상에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은 각각 다른 생각과 다른 방식의 여행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방식의 여행, 나는 정중히 사양한다. 무섭다. 하지만 글을 보는 것은 재미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