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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긴 약자를 위한 노트
김유정 지음 / 자유정신사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감정의 파도를 타며 우리는 존재한다. 어느 순간에는 최고로 잘난 맛에 존재하다가도, 또 다른 순간에는 바닥까지 치닫는 우울함과 불안으로 가라앉기도 한다. 그 감정들이 오래 지속되며 존재 자체를 위협하지 않는 한, 건강한 고민이고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한 것은 내 안의 감정에 대해 문자로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일단 제목 자체에 들어있는 '약자'라는 단어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자 혹은 거짓 강자,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그 모습은 누구나에게 존재하는 것이리라. 큰소리 내며 젠체하거나, 이리저리 휘둘리며 피해자인양 살아가거나, 그 내면의 모습은 진정한 강자는 아닐 것이다. 누가봐도 진정한 강자라고 생각되는 사람도 사실 알고보면 스스로 내면의 아이와 티격태격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감성을 통한 삶의 회복을 제안한다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이 책을 읽으며 정리해보고 싶었다. 요즘 느끼는 복잡한 심정이 조금은 정리가 되리라 기대했다. 나 자신의 존재를 느끼며 독서를 하고, 생각에 잠기며 감정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많은 기대로 이 책을 대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뉜다. 첫 번째 장에서는 삶의 감성적 분석을 다루고 있다. 초라함, 아름다움, 설렘, 욕망, 혼돈, 불안 등 다양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감정을 담기 위해서이긴 하겠지만, 각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극히 짧다. 한두 문단 정도의 글인데다가 길어야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 내용이 와닿으면 문장의 길이야 큰 상관이 없겠지만, 솔직히 내 안의 우주를 일깨워주는 듯한 깨달음을 주는 것은 아니었기에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만했던 것은 애매한 감정을 잘 집어 표현한 문장을 만났을 때 느끼는 공감때문이었다. 우리가 그저 흘려보내는 감정과 느낌을 잘 캐치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책을 쓰는 사람들인가보다. 꾹 참고 1장을 읽고 나니, 2장 여름에서 가을까지가 펼쳐진다. '어느 인식자의 투명한 여름과 가을'인데, '인식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아침 노을 후에, 초승달의 슬기로움, 비 오는 여름 늦은 오후 시샘, 서늘한 여름 저녁 노을같이, 작은 돌 위의 빗방울처럼, 어느 여름 아침의 강인함 등의 제목과 글을 보고 나는 살아가면서도 '인식자'로서 살지는 못하고 있구나,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저자의 감성을 빌어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