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참고, 감추고, 양보하고, 여자니까 그래야 해? 나는 솔직히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속마음을 드러내면 무언가 찜찜하고 불편한 느낌에 한 마디 하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 마음 속에 눌러담기는 한다. 대놓고 자기 표현을 당당하게 하는 사람 축에는 들지 않으니 나름 착한 여자라고 볼 수 있고, 이 정도면 무조건 참고 양보하는 것은 아니니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책 <불쌍하구나?>를 읽으며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2012 오에 겐지부로 상 최연소 수상작이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의 저자 와타야 리사의 작품이다. 이 책에는 <불쌍하구나?>와 <아미는 미인> 두 중편이 실려있다. 두 작품 중 내 마음을 공감케 한 작품은 단연 <불쌍하구나?>였다.

 

 쥬리에의 남자친구 류다이는 정말 우유부단하다. 7년이나 사귀었던 옛 여자친구 아키요 씨를 그의 아파트에서 재우겠다고 한다. 그것도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그런데 이 남자 봐라? "아키요는 지금 사는 집에서 쫓겨나면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어. 그러니까 쥬리에가 내가 아키요하고 함께 사는 게 정 싫다면, 우린 헤어질 수밖에 없어."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아니, 물론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 아키요를 사랑하는 건 아니지만 그 녀석은 지금 의지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 이상한 소리라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미안해."

 

 이런 상황에서 쥬리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것일까? 정말 취직할 때까지만 그곳에 있겠다는데, 이미 과거 연인 관계는 끝난 것인데, 아무 일 없다는데,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상황에 놓인 쥬리에의 심리를 적절하게 잘 표현한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여자라면 공감하게 되는 작품이다.

 

 '저 사람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은 그 상황에 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그런 부탁을 한다면, 쥬리에와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답답해진다. 아야하가 쥬리에에게 동정어린 시선을 던지며 하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선배, 불쌍하다."

"내가 불쌍하다고? 어째서?"

"애인이 어지간히 좋은가봐요. 스스로를 속이면서까지 참으려고 하잖아요." (84쪽)

쥬리에는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맞다. 마음 속에 께름칙한 무언가가 있을 때, 답답하고 더부룩한 앙금이 남아 있을 때, 그건 분명 그 선택이 잘못된 것이다. 쥬리에는 참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이 그리 후련하지는 않다. 그동안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한 쥬리에라면 분명 그 이후에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그때 조금만 참을 걸' 하면서. 안쓰러운 느낌이다. <불쌍하구나?>를 읽고 나서 책의 제목을 다시 보니 물음표가 보인다. 상대를 동정하기에 발동하는 동정심은 역시 어딘가 추하다. 어려운 사람은 있어도, 불쌍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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