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이 예쁜 코리안 - 독일인 한국학자의 50년 한국 문화 탐색
베르너 사세 지음, 김현경 옮김 / 학고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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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베르너 사세의 이력을 보면 독특하고 화려하다. 1941년 독일에서 태어나 1966년부터 4년동안 한국의 전라남도 나주와 서울에 살면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처음 접했다. 이후 1975년 독일 보훔 대학교에서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 방언에 대한 논문으로 당시 서독 최초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신라 향가에 대한 두 권짜리 저작으로 교수 자격을 얻었다. <월인천강지곡>독일어 번역본, 약 60편에 달하는 글과 논문 등 한국 문화 연구에 집중한 흔적이 대단하다.

 

 재작년 베르너 사세의 특강을 들었다. 파란 눈의 선비로 불리는 독일 출신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의 '벽안의 노신사가 그리는 동양화'를 주제로 강의가 펼쳐졌다. 직접 그린 그림과 설득력 있는 강의는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강연을 들으면서 책이 있으면 한 번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정말 반가웠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한국을 접했고, 보다 더 오랜 시간 한국 문화를 연구한 독일인 베르너 사세의 한국 이야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접해본다.

 

 

 

 한국인 친구와 동료들은 외국인이 더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거라는 생각으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물론 이런 기대는 충족되지 않는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배경에 좌우되며 아주 개인적인 인생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문화를 해석한다. (책을 쓰면서 6쪽) 나또한 외국인인 저자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보았을 것이라는 기대로 이 책을 읽어보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든 일단 그 사람의 인생 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문화를 해석하는 것은 '객관'이라 이름할 수는 없으리라 이해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한국 문화의 얼굴에서는 한옥, 정자, 마당, 한복, 밥, 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2부 한국 문화의 속살에서는 선비, 유교, 무당, 불교, 한글, 전통시가를 이야기한다. 3부 한국 문화의 자화상에서는 띠 문화, 결혼, 전통 교육과 사교육, 한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인으로서의 전통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각 나라의 다양한 음식 문화 취향에 맞춰 한식을 변화시키자는 내용의 마케팅을 권장하는 한식, 한국인은 거의 입지 않는 한복, 대부분이 아파트에서 살지만 전통 주거 공간으로 말하는 한옥, 다른 언어들을 섞어 씀으로써 보기 흉한 글쓰기 체계가 되어가는 한글.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한 생각을 콕 짚어내는 느낌이다. 

 

 특히 한복에 대한 글은 인상적이었다. 홀대받는 최고 디자인의 옷, 한복이라는 소제목에서부터 한복의 현실을 느낀다. 예전에 모 호텔 식당에 한복을 입고 입장하려다가 거부당했던 사건은 유명했다. 한복은 이미 우리에게 명절 때나 입는 옷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1996년 12월에 당시 문화체육부에서 주도한 캠페인으로 국민들에게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 한복을 입자고 촉구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반문한다. "왜 사람들이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입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할까?" 실제로 저자는 외국인이지만 거의 개량 한복을 입는다고 한다. 개량한복이 단순히 아주 편하다는 이유로. 우리의 일상에서 거의 사라진 의상인 한복, 그 현실을 살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이 한국인이라면 기본적으로 생각해보고 짚어보아야할 내용이다. 하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한국 문화라는 책을 통해서야 살펴보게 되는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때로는 한 집단의 외부에서 바라보아야 냉철하게 문제점을 짚어낼 수가 있다. 그 안에 속해있을 때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내 마음도 그랬다. 누군가 짚어줘야 '그래, 그런 점도 있었지' 깨닫는 시간이 된다.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의 한국 이야기를 보며 우리의 현재를 점검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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