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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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제 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만으로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이 책 <홍도>를 선택해서 읽어보았다. 1회 수상작부터 당연하다시피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궁금한 마음과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 결국 만나게 되는 인연처럼, 이 책도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헬싱키 반타공항을 떠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홍도가 동현의 노트를 보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현이 시나리오를 쓰려고 모아둔 자료를 보며 나누는 이들의 대화는 뜬금없다. 1561년 생인 이진길이 돌아가신 홍도의 아버지라니! 나 또한 동현의 마음이 되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홍도를 바라본다.

 

 이 책은 분명 소설이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100년이 지나면 이 세상은 완전히 물갈이가 되고 나라는 존재도 사라지고 말텐데, 사백서른세 살의 젊은 여인이라? 그게 말이 돼? 그런데 이 책을 읽어갈수록 그 이야기에 묘하게 빠져든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정이입이 된다.

 

 아무래도 현실적인 것보다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에 이끌리는 나의 취향 때문인지, 이 책은 읽어갈수록 믿고 싶어지고, 또 믿게 되는 소설이었다. 영원을 꿈꾸는 사랑의 마음은 사백년이 아니라 사천년이 지나도 흩어져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기 때문인가보다. 홍도의 이야기에 두려움, 애틋함,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나도 물론 동현처럼 의심의 마음을 한쪽 구석에서 놓지 않으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참담했을까?

 

동현은, 홍도가 겪었을 순간들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아니, 분명 그저 잘 꾸며진 홍도의 이야기일 뿐일 테지만 동현은, 온몸을 죄여오는 고통에 마음이 저리고 슬픔에 온몸이 떨렸다.

 

홍도 335쪽

 

 요즘 역사에 관한 책을 유심히 읽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역사란, 기록하는 자가 전하고 싶은 사실事實만은 간추리고 얼버무려 제 입맛에 맞게 기록하는 법이다. 따라서 수많은 진실은 사실이라는 말로 짓이겨지고 탈탈 털려 몇 자에 불과한 글자와 몇 줄로 채워진 문장으로만 남는다. 진실은 모두 사실이 되지 못하고 사실은 모두 역사가 되지 못한 채 지워지고 잊히거나 곰팡내 나는 책장 한 귀퉁이에서 나뒹굴고 있을지도 모른다. (111쪽)

역사적인 사실이 가미되어 픽션으로 재구성되는 이 소설이 흥미로웠다. 지나간 시간은 어떤 면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아니라 재구성되는 것이기에, 그 당시의 일을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에 따른 작가의 상상력에 마음이 솔깃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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