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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클라이브 해밀턴 지음, 홍상현 옮김 / 이책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이 책의 제목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준다. 죽이고 있는가, 라는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이미 진행되어버린 과거형이다. 우리의 노력으로 살릴 수 있다면 살리겠지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지구는 이미 파괴되고 죽어버린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기에 대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런 류의 책은 쉽게 읽히지 않는 불편함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한 번 쯤은 관심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그래서 두려운 제목이지만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말하듯 때로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너무 힘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 너무 가혹하면 우리는 종종 그것을 외면하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9쪽) 때로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힘든 일이겠지만, 그래도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알아야겠다는 것도 이 책을 읽을 용기를 낸 이유였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쁜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2013년 5월, 300만 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400ppm을 넘어섰다. (6쪽) 이 세상의 뉴스라는 것이 심각하게 생각하면 심각한 것이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다. 이 뉴스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심각성을 경계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곧 다음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전세계의 성장 신화에 눈멀고 귀먹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생각으로 외면하고 넘어가버리기도 한다. 어쩌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전 세계적인 문제는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닌 것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 보다 비관적으로 현실을 보았다. 예전에는 지금부터 나 하나라도 노력하면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런 생각 자체가 희망 고문이었고 상황은 무엇을 예상했든 그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는 현실적인 깨달음이 있었다. 경제 성장의 마법에 걸려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것이 우리에게 뼈저린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 세 가지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첫 째는 지구의 기후변화를 막기에는 너무 늦었음을 증명하는 과학적 사실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인류가 왜 스스로 위기에 빠뜨리는지, 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지 않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세 번째 목적은 이번 세기를 휩쓸 엄청난 기후변화 및 기후의 혼란이 초래할 결과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말한 세 가지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심각하게 온몸으로 느껴본다. 단지 여름에는 다른 해보다 무더위에 고생했고, 겨울에는 극단적 한파로 이러다가 봄이 오긴 올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거시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지구의 심각성을 이야기해서 널리 알릴 필요가 있고, 지금부터라도 인간으로서 활동을 해야한다. 이미 늦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