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특히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가치판단을 하기 힘들다.

잘 하는 일 혹은 잘못 하는 일이라는 잣대를 댈 수 없다.

남에게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채식에 대하여

동물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책을 모아본다.

 

 


 

 ☞ 채식에 대하여, 동물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

 

 

 

 

 모피 코트를 입고서 고양이를 사랑스럽게 안고 가는 여성,
돼지고기는 거부하지만 고등어는 먹는 ‘채식주의자’
훨씬 흔한 쥐 실험은 놔두고 유독 원숭이 실험 연구자에게만 테러를 가하는 과격 동물보호운동가,
잔혹하다며 투계를 비난하면서 해피밀 세트의 치킨 버거는 맛있게 먹는 사람들......
뭔가 이상하다.
아닌 것 같은데 허점과 모순 투성이인 동물에 대한 태도......

 이 책에 호기심을 갖게 된 문장이다.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는다고 뚜렷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속시원한 느낌은 줄 책이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이라 생각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머릿속이 아주 복잡해진다. 기본적인 것, 그 ‘기본’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동물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있어서 인간의 이중적 잣대, 그 모순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나라는 인간에 대한 생각도 철저하게 하게 되었다. 나는 도덕이라는 잣대로 어느 선까지 인간에게 이용되는 동물을 보고 있는가! 어느 정도까지 용납하고 이해하는가! 어떤 부분에 있어서 치를 떨며 비난을 하는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았다.

 언어적 환상으로 포장된 현상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동물과 인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우리네 삶 자체가 모순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다. 이 책에 담겨있는 이야기는 충분히 생각해볼 만하다. 이 책은 그 두께 만큼이나 꽤나 무거운 주제의 글이었지만, 인간이라면 한번 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을 보다가 우리 사회에서 순수채식만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쓴 글인데 완벽한 채식주의가 불가능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진보적 채식주의자로 살기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아무리 고기를 먹지 않으려 해도 동물성 식품이나 의약품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먹고 있는 대표적 동물성 식품으로는 약 캡슐이 있다. 캡슐은 젤라틴으로 만드는데, 이 젤라틴은 동물의 가죽ㆍ힘줄ㆍ연골 등에 들어 있는 천연 단백질인 콜라겐으로 만든다. 치즈를 만들 때 우유를 응고시킬 목적으로 넣는 것으로 레닛rennet이라는 효소가 있다. 이 레닛은 송아지의 제4위胃에서 나오는 단백질 분해효소로서 송아지를 도살할 때 부수적으로 얻는 동물성 식품이다. 그래서 우유를 먹는 채식주의자(락토-오보채식주의자) 중에는 레닛을 넣지 않는 방식으로 치즈를 만들기도 한다. 딸기우유의 빨간색 색소도 동물성 염료인 코치닐로 만든다. 코치닐은 연지벌레를 건조한 다음 가루로 만든 것인데, 스타벅스가 딸기크림 프라푸치노의 빨간색을 이것으로 만든다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벌레가 징그러워서, 또는 그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어서 항의한 사람들도 있지만,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그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했다. 인도의 맥도날드도 감자튀김을 만들 때 소기름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숨겼다가 인도 사람들의 항의 시위에 부딪힌 적이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인도 사람들로서는 소기름으로 튀긴 감자튀김을 모르고 먹은 것이 참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음식에 ‘쇠고기다시다’도 넣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토록 엄격한 채식주의자라 해도 동물성 식품이나 약품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다. 레닛이나 코치닐이 들어간 음식은 그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캡슐로 된 약을 안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中 279쪽) 

 

 얼마 전 잇몸이 부어서 치과 치료를 받은 후 캡슐약을 먹었다. 언젠가 씹었던 껌에도 젤라틴이 쓰이고, 여성들의 생리대에도 쓰인다고 한다. 치즈는 또 어떠한가. 레닛이라는 효소가 그렇게 얻어진다는 것을 모르고 먹었다. 딸기우유의 빨간색 색소도 마찬가지. 외식을 하게 되면 국물을 어떻게 우려냈는지 알 수 없다. 고기를 사용했거나 멸치를 이용했거나 엄밀히 말하면 채식 식단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정말 외식 피하고 회식 피한다고 순수한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못하는 일이다. 정말 완벽한 채식주의는 불가능하다.

 

 이 책은 저자의 식탁 변천사에서 시작해서 채식주의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들려준다. 육식은 사람과 환경 모두에게 문제를 야기한다. 아무래도 철학자의 글이어서 그런지 생각지도 못했던 고민과 현실을 줄줄 풀어나갔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저자의 논리에 따라 글을 읽어가다보면 어느새 책을 다 읽게 된다. 건강이나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서 나만의 논리로 소신있게 채식주의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읽어보게 해야겠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서로 공감하며 소신껏 식생활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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