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2 - 궁극의 相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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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역사 팩션이다.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1453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싸고, 왕과 양반가, 기생과 몰락한 역적가문 등 조선시대 다양한 인물들이 관상이라는 운명과 대결하는 이야기이다.'(북마스터소개글 中) 소설 동의보감이 허준으로, 바람의 화원 드라마로, 다양한 매체로 흥미를 북돋워주는 팩션이 2013년 <관상>에 이어지고 있다. 이 소설은 흥미롭게 빠져들어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읽게 되는 데에 매력이 있었다.

 

 1권에 이어 관상 2권을 읽었다. 2권에서는 계유정난을 전후로 하여 벌어지는 일을 담아냈다. 계유정난에 대해 다양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이번에 소설 <관상>을 통해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이런 것인가.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욕심, 권력에 대한 욕망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1권을 보며 관상에 대한 세세한 묘사에 눈을 뗄 수 없었다면, 2권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내경의 시선으로 관상을 바라보게 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경이 이야기하는 관상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공감하다보니 마지막에 가서는 허무하다.

 

"네게 관상이란 도대체 무엇이냐?"
임금이 문득 물었다.
"한 길 사람 속을 온전히 이해해보겠다는 열망이옵니다. 경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한 과학이라고도 하나, 궁극의 목표는 피흉추길의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옵니다."

 

-관상 2권 166쪽 

 

관상쟁이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세상은 그대로다. 세상은 변하는 게 아니다. 상을 깨달았다 하여 세계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찬 서리는 내리고 봄이 되면 꽃은 핀다.

 

-관상 2권 318쪽

 

"내가 이럴라고......내가 이럴라고...... 난 사람의 상을 봤을 뿐. 변하지 않는 세상의 상은 터득치 못했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시대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보았을 뿐. 바람이었느니라,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이었느니라. 그 바람을 보지 못했다. 어리석은 관상쟁이야. 이제 정신이 드느냐. 너의 적은 평정심을 잃은 때부터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변하는 세상의 상만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 이치에 닿지 못하였으니 눈이 있어 무엇하랴. 상을 보아 무엇하랴. 내 아무리 세상을 면경 보듯 본다 한들 그것이 어찌 진상이겠는가."

 

-관상 2권 320쪽

 

 관상을 보는 사람도 사람이고, 평정심을 잃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이게 된다는 것. 그 점이 왜이리 마음이 아픈지.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이었는데, 그 바람을 보지 못했다며 뼈저린 후회를 하는 내경의 마음을 바라본다.

 

 멍한 느낌이 오래간다. 작가 후기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른다. 그날의 삶과 오늘의 삶이 무엇이 다르랴. 1권에서는 관상을 위주로 생각해보았다면, 2권에서는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느낌을 갖는다. 조선시대의 삶과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비교하며 생각해본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 시대의 모습은 보지 못하는 그 마음을 바라본다. 소설을 다 읽고 서평을 쓰는 손이 떨린다. 누구나 좋은 관상을 가질 수 없다는 데 관상의 비극이 있었다(38쪽)는 표현을 뒤로하고, 오늘도 좋은 관상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에 의해 성형외과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들의 욕망과 옛날의 욕망은 무엇이 다른 걸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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