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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1 - 관상의 神 ㅣ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평점 :
요즘 영화 <관상>이 인기몰이 중이다. 텔레비전을 틀면 관상 성형에 대해서도 여러 번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성형외과에서 관상을 좋게하는 방식으로 성형을 하는 것이 유행인가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게 된다. 어쨌든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흥미롭다. 예전에 허영만 화백의 만화 <꼴>을 재미있게 보았다. 다른 사람의 꼴을 아는 것은 얼굴을 보고 마음을 읽으며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데에 있을 것이다. 관상에 대한 관심은 소설 <관상 1,2>를 읽으며 더욱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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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흥미롭게 생각된 것은 책소개를 보면서였다. "작가님이 관상도 보세요?" 너무 리얼해서, 작가님 철학관이 어디냐고 문의전화 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했다. 궁금했다. 책 띠지에 보면 읽고 나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게 되는 책이라고 한다. 읽으면서 자꾸 거울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였다.
이 책은 역사 팩션이다. '수양대군이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계유정난(1453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싸고, 왕과 양반가, 기생과 몰락한 역적가문 등 조선시대 다양한 인물들이 관상이라는 운명과 대결하는 이야기이다.'(북마스터소개글 中) 소설 동의보감이 허준으로, 바람의 화원 드라마로, 다양한 매체로 흥미를 북돋워주는 팩션이 2013년 <관상>에 이어지고 있다. 이 소설은 흥미롭게 빠져들어 한 글자 한 글자 놓치지 않고 읽게 되는 데에 매력이 있었다.
첫 장면부터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아직 영화는 보지 않았는데, 영화에는 내경의 관상 스승 상학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1권에서 재미나게 읽었던 부분인데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니 의외의 느낌이 들었다. 또한 영화도 궁금해진다. 궁금한 마음으로 작품을 찾아볼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관상> 1권에서는 김내경의 아버지 김지겸의 이야기와 내경의 스승 상학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학이 내경에게 한 말들이 주옥같은 가르침이어서 기억해본다. 내경의 시선으로 관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관상쟁이가 되려면 영이 열리고 눈이 열리고 귀가 열려야 하는 법이야. 득령, 득시, 득청하지 않고는 결코 상쟁이라 할 수 없다. 그 경지에 가려면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 (186쪽)
관상쟁이로 나서 내공에 자신이 없을 때 처신하는 방법을 몇 가지 가르쳐주마. 그 사람의 앞날에 대해 섣불리 혀를 놀릴 생각일랑 말고 이 세 가지만 행하거라. 첫째, 불길하게 생긴 부분은 거들떠보지 말고, 가능한 얼굴에서 좋은 부분만 골라 덕담을 해줄 것. 둘째, 금방 결과가 나타나는 예측은 하지 말고 예견을 하더라도 조만간, 장차, 훗날, 아니면 말년에, 같은 간접적 표현을 쓸 것. 셋째, 정말 관상이 더러워서 어디 하나 잘 풀릴 구석이 없는 상판을 만났다 싶으면, 자기 처지에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사시오. 그러면 임금의 용안이 안 부러울 것이오, 라고 말해주어라. 이 세 가지대로 하되, 당신이 순간의 판단을 그르치면 아무리 좋은 관상도 모두 헛것이오, 라는 말은 언제나 잊지 말고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행여 그자의 운세가 꼬여도 나중에 관상쟁이 탓을 못하는 것이야. 알겠느냐. (193쪽)
에라이, 요놈아. 이것에나 신경써라.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네 놈 말처럼 만나지면 어찌 상이 필요하겄냐. 그게 바로 업장이라는 것이다. 전생에 지은 죄. 그래서 언제나 인간은 갈등 속에서 산다. 나는 저 사람을 사랑하고 저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내가 가면 그가 오고 그가 가면 내가 온다. 그렇게 어긋나는 것이 인생살이다 고말이다, 요놈아 (270쪽)
너는 상을 이해하려 한다. 상은 이해되어지는 것이 아닌 것. 오로지 체험으로 얻어지는 것. 그것이 진리다. 잘 들어라. 지혜의 눈에는 본다는 것도 보지 않는다는 것도 없다. 이것이 나의 본모습이며 그것을 알지 않고는 저잣거리를 떠도는 기생 하나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죽여라. 모든 것을 죽여라.(301쪽)
페이지를 아껴가며 넘겨보게 된 소설이었고, 관상에 대한 세세한 설명 묘사가 눈길을 끈 소설이었다. 흥미로운 마음에 멈추지 못하고 2권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