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시 내게 말을 거네 - 외롭고 슬프고 고단한 그대에게
류근 지음 / 곰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현재 소설가 정영문과 이 인 동인 '남서파' 술꾼으로 활동 중이다. 류근이라는 저자 소개를 보며 웃어버렸다. 명문대를 나왔다고 거들먹거리는 저자 소개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공감되고 마음에 와닿는 자기 소개다. 마음에 든다. 그다음 시 한 편. 곱씹어보게 된다. 존재의 슬픔을 한 마디로 표현한 듯한 느낌,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준다.

 

 

내가 세상에 와서 한 일이라곤

오로지 울고 싶을 때 그 울음을 참은 것이 전부였다.

(중략)

당신의 울음을 들어주는 來生의 바람 한 잎,

저쪽에서 내게로 불어온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 책에는 아예 첫 부분에 경고를 담고 있다. 

* 이 책에 표기된 비속어, 문법 파괴 등의 표현은 원문을 쓸 당시의 격렬한 파토스와 문맥을 살리기 위해 저자와의 협의 아래 최소한의 범위에서 의도적으로 허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파토스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 검색해본다. 수동적 상태라고 한다. 철학상의 용어로 정념, 충동, 정열 등으로 번역되며 로고스와 상대되는 말이라고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처음에는 조낸과 시바로 이어지는 비속어의 사용이 상당히 어색했다. 말로 내뱉는 것도 일상적으로 접하지 않는데다가 이렇게 활자화 되니 상당히 눈에 거슬린다. 물론 저자에 대한 이해없이,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곧바로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서 당황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단어들의 사용으로 나머지 내용까지 폄하되기에는 마음에 들어와 박히는 문장들이 꽤나 있었다. 중간 중간 시 또는 짦은 문장이라고 해야할까, 사진과 함께 담긴 그 문장은 마음에 와닿고 마음에 들었기에 뒷부분으로 갈수록 비속어는 감탄사 정도로 느껴지긴 했다.

 

 

 긍정적인 삶, 억지로라도 웃으며 밝게 사는 것을 추구하면서 우리의 상처는 위로받지 못하고 외면당하고 있다. 그냥 희미해지기를 기다리고, 잊어버리려고만, 애써 부정하려고만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은 애초의 목적은 이 책을 읽으며 내 상처를 위로받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글에 공감하며 마음껏 슬퍼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려도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으로 예상했던 것 만큼의 공감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류근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지기는 했다. 시인 18년 만에 냈다는 첫 시집을 찾아읽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다시 읽으면 이 책이 좀더 나에게 와닿을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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