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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먹탱이의 문자로 보는 세상 - 유쾌한 유식, 해학의 즐거움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서예다. 먹을 갈고 있으면 먹향기가 방안 가득 퍼져나간다. 잘쓰든 못쓰든 상관없다. '잘'이라는 기준에 맞출 필요는 없다. 그 시간을 즐기는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이니까. 화선지에 머금은 먹물은 그림을 그리는 듯, 글씨를 쓰고 있는 시간이 꽉찬 듯하다. 아무 것도 없는 빈 종이 속에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저자가 라이브 서예를 창시하신 분이라고 해서 궁금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소개를 보면 스티브 잡스와 피카소도 심취했던 캘리그래피. 그 속에 숨은 에너지를 찾아 라이브 서예를 창시하고 국내외에서 300여 회 공연을 펼친, 먹탱이란 별명을 지닌 붓쟁이다. 라고 매력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궁금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서예를 즐기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박제된 서예'가 아닌 '라이브 서예'에 있다. 왕희지의 <난정서>나, 안진경의 <쟁좌위첩>과 같이 현장성과 생동감이 넘치는 글씨가 명필로 남아 있다. 쓰는 과정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쓰는 사람은 더 큰 집중과 신명을 얻고, 관중은 붓놀림에 대한 감흥과 내용에서 오는 문기文氣를 맛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브 서예는 붓 연주라 할 수 있다.
- 47쪽
나도 서예를 그렇게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박제가 된 서예'가 아닌 '라이브 서예' 라는 문장을 되뇌어본다. 인쇄한 듯 섬세하게 그대로 써나가는 것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보니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렇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서예를 배로 즐기는 선행 조건은 독서라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고, 내가 읽는 책 중 마음에 깊이 새겨두고 싶은 문장이 있을 때에는 붓글씨로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글 속에는 글의 맛이 있다. 맛있고, 멋있다. 쏙쏙 들어오는 풍미가 있다. 흥이 있고 유쾌하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서예에 관한 이야기는 내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서예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 좀더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