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셋, 안녕! 여행을 마치다 - 유쾌발랄 은근심각 정현욱의 유고 여행기
정현욱 글.사진, 김용훈 엮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20대에 여행을 하며 휘갈겨놓은 일기장이 있다. 지금보면 전혀 쓰잘데 없다고 느껴지는 가계부, 무슨 일이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고민, 여행의 피로감이 글에 물씬 느껴지는 그런 부분도 있다. 이럴 거면 그냥 접고 집에나 오지, 왜 버티고 있었던거지? 시간이 지날수록 무모한 여행이 젊은 날의 치기로 느껴지며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청춘들의 여행은 마찬가지 아닐까? 여행은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면 정말 기분 좋고 신나기만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편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의 시간이 오래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과 남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에서 핵심만 부각시키는 것이니 말이다.

 

 이번에 읽은 <서른 셋, 안녕! 여행을 마치다>는 조금 달랐다. 유고(遺稿) 여행기란다. 너무도 젊은 시절, 세상과 작별을 한 어느 청년의 여행기다. 안타깝다. 그리 급하게 떠날 필요는 없는데. 조금은 더 살아볼만한 세상인데. 질병 앞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여행지에 머물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미화되는 것이고, 인생은 한정된 시간을 살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애틋하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산다. 지금으로부터 많이 잡아야 100년 후, 나와 주위 사람들은 사라지고 이 세상은 물갈이 되겠지만, 그런 건 잊고 산다. 영원히 살 것처럼.

 

 어쨌든 이미 유명을 달리한 청춘의 여행기라는 점에서 좀더 시선을 끌게 된 것은 사실이다. 여행기만 봤을 때에는 사실, 요즘에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고, 여행의 무기력함과 힘든 부분도 여과없이 적혀있었기 때문에 '이럴려면 왜 여행을 한건데?'라고 반문하고 싶긴 했다. 나의 20대에 한 여행도 그랬기 때문일까? 그런 점이 더욱 잘 보인다. 지금이라면 그때와는 다른 여행을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기때문에 그런 것일테지.

 

 이 책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사진이었다. 여행기를 좋아하는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사진을 좀 더 부각하고, 글은 좀더 줄였으면 좋았을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어쨌든 이 책은 이 세상을 떠난 이를 기리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으니. 지금 이 정도도 적당하다.

 

 책을 읽다가 마음이 뭉클해진 부분이 있었다. 짧은 대화 형식으로 글을 남긴 지인의 추모글인데, 읽는 나도 꿈인지 현실인지 아득했다.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좋은 곳에서 행복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