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 제주 애월에서 김석희가 전하는 고향살이의 매력
김석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제주에는 타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2~3년 전부터는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다른 곳에 살다가 제주 풍광에 매혹되어 이곳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흔히들 '제주이민'이라고 표현하는데,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때문에 그런 표현이 있을 것이다. 물론 바다를 건너 먼 길을 오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나보다. 도시 사람이었던 나는 제주의 환경이 좋아 감탄하며 이 곳에 왔는데, 제주 사람은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어했다. 저자도 그렇게 표현했다. "고등학교 시절, 바닷가에 서면 그 아득하게 트인 바다가 나에게는 장벽이었습니다. 섬을 벗어나고 싶었고, 그 열망에 숨이 막히곤 했지요. 그렇게 떠났던 고향, 떠나고 싶어 했던 고향에 돌아온 것입니다."

 

 여하튼 제주가 고향인 사람 중 왕성하게 도시 생활을 하다가 다시 제주로 돌아와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씨의 이야기 말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알고 싶었던 것이다. 내 궁금한 마음이 통했는지 그런 분이 책을 낸 것을 보게 되었다. 바로 김석희 저자의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스무 살 때 서울로 떠났던 젊은이가 40년이 지난 후 다시 고향 제주로 돌아오다' 이런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다.  '제주 애월에서 김석희가 전하는 고향살이의 매력'이라는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저자가 어떤 분인가 궁금했는데, <로마인 이야기>,<삼총사>등을 번역한 번역계의 거장 아니신가. 요즘 의외로 제주에 내려와 살고 있는 유명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김석희 님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셨다. 제주가 고향이라니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 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애월 통신>이라는 이름의 이메일을 육지의 벗들에게 보낸 것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애월'이라는 지명은 이 책에서도 소개했지만, '涯月-물가에 어린 달' 이라는 뜻이다. 지명이 정말 낭만적이다. 이곳에 귀향해서 멋진 집을 짓고 살아가는 모습, 도서관에 '김석희 기증'이라는 코너 한 켠이 마련되어 책을 기증한 이야기 등 이곳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돌담 중에서도 산담 이야기, 집짓는 이야기,고사리 이야기,책에 대한 이야기 등은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닌 유용한 정보였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 생활이 1년이 넘어가니,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면에서 보면 저자의 집짓기 이야기가 정말 부러웠다. 흔히들 집을 한 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데, 저자는 5년은 젊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진행과정이나 집 이야기, 사진을 보았을 때 정말 부러운 마음 그지없다. 잔디밭 가꾸는 것은 좀 힘들어보이지만. 그런 환경이라면 글이 절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의 삭막함이 제주로 등을 떠미는 듯한 느낌도 들고, 제주의 풍광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현재 제주는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곳이 되고 있다. 어떤 땅이든 사람이 그곳을 의미있게 한다. 그리고 제주는 사람의 시간을 소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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