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이현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였다.
재미있게 읽으면서 도시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읽던 시기가 내 나이 서른이 넘어갔을 때여서 그런지,
내가 도시에서 살고 있는 30대 여성이어서 그런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에 중간중간 공감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 정이현 작가의 작품 <너는 모른다>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대를 했다.
그리고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 주말에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시체가 발견된 것은 오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전 열시경이었다.'라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도시의 차갑고 살벌하고 외로운 느낌을 주는 문장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 책의 이야기는 어느 날, 
김상호의 딸이자 진옥영의 딸, 김혜성의 배다른 동생이자 김은성의 배다른 동생인 '유지'가 사라지면서 속도가 붙는다.

저마다 상처 하나 씩 품고 사는 가족들,
각자 품고 있는 아픔이 커서,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보듬으며 어우러지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이다.  
가족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만,
너무 가까워도 숨막히고,
너무 멀어도 타인 같은 거리감에 오히려 타인보다 멀어지게 마련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결속되기에는 각자 가진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유지'가 사라지면서, 김상호는 김상호대로, 진옥영은 진옥영대로, 김혜성과 김은성은 또 그들대로
각자의 죄책감을 느끼며 유지의 실종을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서로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풀어나가지 않고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 그대로 다들 자신만의 장벽으로 
자신의 모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에 느닷없는 '시체' 얘기로 궁금한 마음에 다음 부분을 읽어나갔다면
중간 이후에는 도대체 유지는 어디있는지, 발견하게 되기는 하는 건지 궁금한 마음에 끝까지 읽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을 읽으며 각기 다른 아픔을 숨기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가족'의 모습은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화목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라
그냥 현실 속에서 있을 법한 차가운 도시 속의 가족일거라 생각하니
쓸쓸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