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책상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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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촐라체>에서였다.
물론 그 전에 먼저 접한 것이 연극으로 제작된 <촐라체>였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보게 된 그 연극에 나는 압도되었고,
강렬한 느낌과 감동에 그 책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며 흡인력있는 문장에 전율을 느끼고,
추운 겨울 오싹해지는 손발을 호호 불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박범신 님의 2003년 작품, <더러운 책상> 을 읽게 되었다.
이 소설은 현재 쉰여섯 살의 내가, 열여섯, 열일곱­열여덟, 열아홉, 스무 살 의 나인 ’그’에 대해, 
그리고 현재의 ’나’에 대해 서술하는 형식
으로 이루어졌다.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도 하는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젊은 날의 고뇌를 고스란히 담았다.
담담하고 냉정하게 묘사된 이야기를 보니 뒷골이 당긴다.
결코 유쾌하지 않고 답답함이 묻어나는 문장에서 마음이 편치 않아진다.

새벽이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 지독하게 그리워서 나날이 흐릿하게 흘러가던,
그런 날의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 (9p)

이 책의 첫 문장에서 나도 젊은 날의 고뇌를 생각해본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부분이기도 하고, 
지금이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지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또다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답답함......!!!
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그런 것이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두고 그런 판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한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든 생각은 솔직히 답답함이었다.
누군가 나의 인생을 보고 답답하다고 판단한다면,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래도 다들 자기 자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 않을까?
사람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고, 그렇고 그렇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은 휴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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