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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려던 때는 2월 쯤?!
추운 날씨에 이 책을 읽으려니 감히 성서에 비견되는 소설이라느니, 320페이지의 절망이라느니 하는 수식어들 때문에
그 무게감에 이 책을 펼치는 것 조차 미루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좀 따뜻해진 날씨가 되었고,
휴일에 컴퓨터까지 고장이 나서 책에 파묻혀 하루를 보내게 되었는데,
미뤄두었던 이 책을 '지금이 기회다!!!'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른 매카시가 이 소설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흥미롭다.
일흔이 넘은 매카시에게는 열 살이 안 된 아들이 있는데,
몇 년 전 함께 엘파소의 어느 호텔에 묵으며,
아들이 잠든 사이에 마을을 내려다보다가
오십 년이나 백년 후에는 이 마을이 어떻게 되어있을까 하는 상상에 빠져들었고,
그의 머릿속에는 산위에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모든 것들이 다 타버린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로 <로드>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남자와 소년이 길을 걷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계속 걸어가야 하고, 굶주리고, 노숙하고, 추위에 떨고...... 무언가에 쫓기고......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고,
마음 편히 쉴 공간이 있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남자와 소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느끼게 되었다.
사실 나는 '단 한 줄의 가장 아름다운 희망'이라는 소개글에 낚여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되었다.
맨 뒷장부터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남자와 소년이 암울한 현실에서 살아나는 모습에 나도 힘을 내고,
음식을 발견하기라도 하거나, 따뜻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보게 되면 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로드에서 보게 되는 과정은 인생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이 끝에 더 희망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고, 이 끝에 더 절망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늘 내일을 준비했지.
하지만 난 그런 건 안 믿었소.
내일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몰랐지. (192p)
인생, 길, 그리고 내일에 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