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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주련 - 마음을 찾는 절집여행 ㅣ 산사의 주련 1
제운스님.한민 지음 / 청년정신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겨울에는 마음이 꽁꽁 얼어붙어 집안에만 콕 들어있는 것을 취미로 삼았다.
밖으로 나갈 기회가 있어도, 어둑어둑 해지면 나가는 것이 참 귀찮고 싫었다.
나갈 일이 있어도 어떻게든 취소하는 방향으로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겨울이 끝나고 진정한 봄이 왔다.
꽃도 피고 새도 울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내가 알고 있는 봄이라는 이미지는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내 마음은 덩달아 훨훨 날아다닌다.
마음은 신묘하기 이를 데 없는 것, 오므리면 바늘귀보다 작아지고 펼쳐지면 온 우주를 덮고도 남음이 있다 하더니 그새 토끼굴만큼 펴지기라도 하였던 것일까. 마음 장난 한 가지로 지옥과 불국토가 나뉘는 것이니, 마음자락에 꽃이 피면 세상 또한 꽃밭이 되는 법. 43p
붕 떠있는 마음을 잡아들이고 진정시키며, 마음의 평화를 찾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봄에는 마음을 찾는 절집 여행이 제격이다.
아는 만큼 느끼는 절집 이야기!!!
마음을 찾는 절집 여행!!!
<산사의 주련>은 우리 나라의 절 24 곳에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첫 장을 펼쳐보니 익숙한 곳, 만수산 무량사가 펼쳐져 있다.
사진을 보니 낯익은 풍경이 펼쳐져 있다.
"무량사...무량...무량...무량~"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무런 기대없이 지나던 길에 무심히 들렀던 무량사!
측량할 수 없다는 뜻을 담은 그 단어가 참 마음에 들어 "무량사~ 무량사~"하고 되뇌었던 기억이 난다.
종교와 상관없이, 고요한 마음을 얻을 수 있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그 곳이 정말 좋았다.
정말 종교는 상관 없었다.
게다가 그 곳에 갔을 때는 약간 흐릿한 날씨에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날씨도 상관없었다.
흘러가는 시간은 그대로 흘러가게 놔두고, 지금 현재의 나는 마음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
마음의 평화를 찾는 데에는 그저 ’지금 현재’라는 것이 의미있을 뿐이다.
가끔 한 번의 방문도 도시인인 나에게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시에 살면서 도시의 익숙한 생활에서 떨어져 지내는 것은 불편하겠고,
지금은 그저 가끔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얻고 오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나보다.
장소에 따라 기억도 감상도 달라지는 것을 보니 난 아직도 수행이 많이 필요한가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산사라는 곳의 공간 속에 어우러진 사람들의 시간이 느껴진다.
시간과 공간의 흐름 속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흘러갔는지......
책 속에 담긴 시를 읽으며 눈을 감으면 나의 마음은 이미 그 곳에서 감상에 젖어있음을 느낀다.
아직 안 가본 산사가 너무 많다.
좋은 공간에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더 많이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음 주말에는 짐을 꾸려 조용한 산사로 가서 마음을 고요히 하며 책 속의 시를 되뇌어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