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의 노래>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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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의 노래
황원교 지음 / 바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엔 이 책을 선뜻 집어들지 못했다.
책 표지에 보면 ’한 전신마비 시인이 세상을 향해 부르는 희망의 노래!’ 라는 글이 적혀있다.
내심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어두운 내용의 글이 아닐까?’, ’그렇지 않아도 사는 게 힘든데 괜히 더 힘든 기분이 들게 하는 글이 아닐까?’ ’시인이 산문집을 내셨다니 볼만할까?’ 등등 이런 저런 생각으로 처음에는 읽는 것을 조금 미루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는 달리 의외로 깔끔하고 명쾌한 글을 보며 슬슬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읽다보니 참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히 생각에 잠기게 되는 시간이 좋게 느껴졌다.
또한 책 표지만 보고 지독하게 편견에 싸여있던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역시 선입견은 책을 선택하게도 하고, 책을 멀리 하게도 한다.
그래도 역시 그 뚜껑을 열어봤을 때, 생각지도 못했던 보물을 발견하는 느낌은 신선하다.
이 책은 황원교 시인의 산문집이다.
’한 전신마비 시인이 세상을 향해 부르는 희망의 노래!’ 라고 하는 책 표지의 말대로 이 책은 무겁거나 힘든 이야기가 아니고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미안할 정도로, 이 시인이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들었다.
물론 군데군데의 글에서 그런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느낌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동정심이나 편견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인간, 이웃집 아저씨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이 책의 제목처럼 그저 굼벵이로 표현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시는 굼벵이의 노래로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느리게 글을 쓰긴 하지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분명 다른 사람들보다 더 인생을 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생각만큼은 오히려 깊고 감성이 풍부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모두 한계가 있다.
시간과 공간을 모두 초월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어느 면에서든 부족함이 있다.
그 부족함을 서로 채워가는 것이 사랑이고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더욱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난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영구장애를 입은 안타까운 심정,
곧 결혼할 여자를 보내야만 하는 마음을 보면서 나도 정말 속상했다.
하지만 수녀가 되려던 분을 현재의 아내로 맞이하는 이야기를 볼 때에는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인생에 그 정도의 아름다운 흔적이 있다면......
어느 작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은 화려한 비탄만을 남기고, 이루어진 사랑은 남루한 일상을 남길 뿐’이라고 했지만
사랑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아름다운 흔적이 아니던가. 30p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생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삶의 희망과 의욕을 생기게 하는 힘이 느껴진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인생을 생각할 쉼표같은 시간이 필요한 바쁜 현대인들,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감사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생각의 시간을 갖기에 적당하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어느 작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은 화려한 비탄만을 남기고, 이루어진 사랑은 남루한 일상을 남길 뿐’이라고 했지만 사랑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아름다운 흔적이 아니던가. 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