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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의 잣나무 - 중국 10대 선사 禪기행
정찬주 지음, 송영방 그림, 윤명숙 사진 / 미들하우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중국 10대 선사 선禪 기행
오랜만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고, 언어적 종교적 경계도 허무는 여행을 하게 되었다.
선禪
처음 선문답을 접했을 때, 말장난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심오한 것 같기도 하고, 애매모호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었다.
내 기억은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본다.
고등학교 때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영화를 단체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다.
난 끝까지 영화를 보러가기 싫다고 결국 안갔는데, 나중에 영화를 보러 다녀온 친구들의 말을 들으니, 정말 잠이 저절로 오는 영화였다느니, 엉뚱한 곳에서 박수쳐서 선생님들 괜히 따라치셨다느니, 그런 이야기들 뿐이었다.
그래도 나름 궁금하긴했다.
달마가 왜 동쪽으로 갔을까?
그 대답은 몇년 후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한 번 더 기억을 떠올리게 되었다.
궁금해서 물어보신다면, 글쎄요,
뜰앞의 잣나무니라...
혹은 차나 한 잔 마시게
그냥 한 대 때릴까? (허걱...--;;)
단순한 언어의 장난일지, 깨달음의 언어가 될지......잘 모르겠다.
단지 지금은 이 책을 보며 시간과 공간, 종교와 인생의 여행을 해본다.
언어라는 것이 참 무의미하면서도, 언어가 아니면 표현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내가 이렇게 책으로 접하고 문자로 읽는 것 자체도 이미 언어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실천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그거라면 세 살 먹은 아이라도 다 아는 것 아닙니까."
"세살 먹은 아이도 말을 할 수는 있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라며
아는 것을 일상에서 바로 행함이 선이라는 것은 명민한 시인 백거이의 이야기가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닿았다.
책 속에서 선사의 사진을 함께 접하며 공간의 여행을 함께 하니, 중국의 넓은 산사에 직접 가 있는 듯한 생각을 하게 된다.
직접 그 선사에 가보면 그 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언제 한 번 그 사찰들에 직접 가서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만 다를 뿐, 옛 사람과 지금의 나는 어떤 다른 생각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을지......
선사 기행을 함께 마치고 깨달은 점은 다양하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결국 내가 바로 부처이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 현재를 온몸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도 나자신이라는 경계가 너무 짙게 드리워있으니,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온 우주를 가슴에 품고 싶어지는 어느 겨울날, 생각에 빠져본다. 지금 앞에 보이는 나무는 은행나무이지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잣나무, 측백나무, 은행나무......나, 너,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