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건과 공진솔. 30대 PD와 방송 작가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설이다.

그냥 가벼운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책을 보아서인지, 생각보다 괜찮고 감동이 남는 책이었다. 그리고 애리와 선우의 사랑 이야기도 덤으로 공감이 갔다.

20대의 열정과는 사뭇 다른 30대의 사랑, 어쩌면 사랑이 전부는 아닐텐데, 사랑이 전부 같다고 느낄 때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이 책에는 사랑 뿐만 아니라, 사랑과 인생과 주변 이야기들이 이 책 가득 드러나있다.

"사람이 말이디...... 제 나이 서른을 넘으면, 고쳐서 쓸 수가 없는 거이다. 고쳐지디 않아요."
"보태서 써야 한다. 내래, 저 사람을 보태서 쓴다.....이렇게 말이디."

이건의 할아버지인 이필관 할아버지의 이 말은 잔잔하게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쉽게 고쳐질거라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것은 정말 큰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남자가 게임을 좋아하든, 일요일에 집에서 TV 시청하는 것을 좋아하든, 그런 것들이 내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여자와 남자가 부족한 점을 서로 보충해주면서 인생이 완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아는 30대의 사랑은 그래서 쉽게 빠져들기 힘들다.

"30대 초중반.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한 자락 조용히 접어버린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천천히, 조금 느리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에  쓰인 작가의 말을 보니 내가 공감하고 읽게 된 이유가 충분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인듯 아닌듯, 사랑이 모든 것인듯 아닌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느리게 다가가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조마조마하면서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제일 공감가던 이야기는 우습게도 맞춤법 때문에 헤어졌다는 상사의 이야기였다. 의외로 주변 친구들이 공감하던 이야기가 이 책에 나와서 확실히 우리 또래의 생각을 잘 아는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크게 웃어보았던 그런 장면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소하고 유치한 이별의 이유이지만, 주변의 연인들을 보면 거창한 이유로 헤어지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웃음이 났다.

다 읽고 나니 왠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사랑에는 해피엔딩이라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아니면 이건과 공진솔이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리고 선우와 애리는 기나긴 여행을 떠나면 당연히 서로에게 싫증이 날 것 같고...아...지금 난 왜 이렇게 부정적인걸까?

아무래도 지금 난 그들의 사랑이 많이 부러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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