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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 샤라쿠
김재희 지음 / 레드박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쯤이었던가? 일요일 아침에 아무 생각없이 서프라이즈를 보다가 깜짝 놀랐던 일이 있었다. 그 때 처음 접하게 된 샤라쿠, 일본의 그림 역사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화가 샤라쿠의 이야기, 그리고 그 샤라쿠가 김홍도와 동일인물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담긴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 가설 자체가 흥미로웠다. 가끔은 그렇게 아침에 아무 생각없이 TV를 틀었다가 진짜 깜짝 놀랄 일이 생기게 된다. 워낙 그림에 문외한이기 때문에 그냥 별 생각없이 김홍도나 신윤복의 그림은 접해왔지만, 그들에게 얽힌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흥미로운 느낌은 그림까지 다시 쳐다보게 될 정도로 마음 속에 인상깊게 남았다. 그래서 이 주제의 책이 발간이 되면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샤라쿠로 추정되는 인물은 현재 약 10명 정도 라고 하는데,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비밀리에 활동했으니 특별한 기록이 있을리 없고, 기록이 없으니 역사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다. 이 책에서는 신윤복 즉 신가권이 김홍도의 제자였으며 일본에서 샤라쿠로 활동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색 샤라쿠는 독특한 색깔이 있는 책이었다. 백색, 황색, 청색, 적색, 흑색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차례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신선함이 있었다. 책에 나오는 색깔은 세상의 색깔을 동양철학에서 바라보는 관점으로 크게 다섯 가지인 목, 화, 토, 금, 수, 오행으로 나눈 것으로 정말 독특한 구성이었다. 게다가 책 페이지의 색깔과 글씨에 섬세하게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책의 이야기 진행과정에서도 느꼈다. 여성 작가가 섬세하게 신경 쓴 작은 부분을 책을 접하며 하나하나 느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유명한 미인도 말고는 알지못했던 신윤복이라는 화가의 삶과 사랑을 접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책의 중간중간에 그림이 실려있는 것도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준 효과가 있었다. 소설 속의 설명과 그림을 봤을 때의 느낌이 잘 어우러졌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스릴넘치지 않았던 진행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그것은 워낙 충격적이었던 주제에 대해 기대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릴과 낭만을 잔뜩 기대하고 책장을 넘겼지만, 생각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스릴과 낭만이라기 보다는 그림만 알고 있던 신윤복이라는 인간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알게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처음 주제를 접했을 때 너무 기대를 했기 때문에 그 기대감을 채우기엔 약간 모자랐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조금만 덜 기대하고 책을 접해야겠다. 조금만 더 스릴 넘치는 느낌이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