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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묻다
송은일 지음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사랑을 묻다 ... 라고 해서... 땅에 묻는 것인지, 마음에 묻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진정한 의미를 질문한다는 의미인지 궁금했다. 그 의미를 알고 싶었지만... 작가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처럼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작가가 무엇이든 자세히 설명해주는 친절을 베풀기 기대하면 안된다.
굉장히 적막한 듯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것도, 서로간의 관계에 관한 것도 분명 작가는 말을 하고 있으나, 뭔가 애매하고 가늠하기가 그리 쉽지않다. 상세한 설명은 바래선 안된다. 책속의 인물들은, 사건들은, 임무를 받은 첩보원마냥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기만 한다.
세번이나 결혼했다 이혼한 영라가 왜 겸에게 피해의식 혹은 질투를 느껴야 하는지, 왜 그를 사랑하는걸 깨닫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다.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처럼 행동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리고 애꿎은 겸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인다. 내미는 카드는 단 하나 " 그래... 사랑이었던거야.." 이런거다. 한달의 시간이던, 몇일의 시간이 그냥 건너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서도 사건은 그냥 전개된다. 그동안은 그냥 시간이 흐른 것 뿐이다. 변하는 건 별로 없고..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혹, 난해한 소설인가? 하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그건 절대 아니다. 어려운 말이 나오고, 한자도 많고, 배배 꼬아서 쓴 책은 아니란 말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마흔에 가까운 정신지체를 가진 ‘바보’ 남겸에게 시집 온 조선족 처녀 최부용, 그리고 그와 얽히는 또다른 여인 고영라의 이야기가 축이다. 작가가 제목에 이야기한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들의 사랑을 말하는 듯 하다. 여기에 남겸의 본가인 하백당과 관련된 식구들의 이야기가 가지를 뻗는다. 그런데 그 가지가 줄기가 감당할 만큼의 작은 이야기가 아니라 큰 축(줄기)을 위협할 만큼의 큰 가지처럼 느껴진다. 하나의 큰 축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니 여러개의 얽혀버린 이야기들과 함께 큰 줄기도 어영부영 힘을 잃어버렸다.
글자의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지 않고 읽는다면야 그냥 쉬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뭐랄까 위엄이랄까? 그런걸 생각하면 그냥 쉬이 읽어버리고 말 책이 아닌 듯도 느껴진다. 책에서 나이가 보이는데, 책의 배경인 하백당 만큼인 규모의 할아버지같다. 그래서 그냥 쉬이 읽어버리는건 예의가 아닌 듯 것 같아지는 것이다.
설명을 하다보니 오히려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해내지 못하는 듯 느껴져 답답하다. 책 안에 뭔가 더 있는 것 같고, 그리고 그 쪽으로 이야기가 좀더 자세히 설명되어지고 깊어진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니 부족함도 느껴진다. ‘사랑을 묻다’ 작가는 사랑을 묻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그에게 더 많은 걸 물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