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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인 中人 - 누추한 골목에서 시대의 큰길을 연 사람들의 곡진한 이야기
허경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나는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고 생각했다. 나...둥근 얼굴에 푸근한 몸매, 부잣집 맏며느리같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요즘의 미인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미인도 같은 데에 그려질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다. 요즘은 바싹 마른 사람들이 미인이라고 나오는데다가 온 국민이 다이어트 열풍에 가담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요즘 사람들의 미의 기준인 것이다. 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런데 중인, 그 계층의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정말 요즘 태어났어야 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일찍 태어나서 사회적 부조리에 뜻도 능력도 펴지 못하고, 더 큰 꿈을 펼치지 못했을거란 생각에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작가의 말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바로 중인이 꿈꾸던 시대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요즘같은 세상에 정말 필요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좋은 재질의 책장에 컬러풀한 그림과 사진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더해 준 이 책을 접하니 시대의 변화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중인이라고 힘들게 살던 옛날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옛날과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어쩌면 나도 창조적인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는 지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무언가를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는 다양한 중인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인왕산 굽이진 기슭에서 시처럼 산 문학동인, 세상의 우여곡절을 그리고 노래한 예술인, 계급의 질곡에 맞서 시대를 끌어안은 전문지식인, 대륙과 바다를 넘나들며 신세계를 꿈꾼 역관, 이렇게 네 가지의 주제로 인물들을 분류해 이야기를 풀었다.
이 중 관심 분야인 전문지식인과 역관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하지만 예술이나 문학에 대해서도 잘 모르긴 하지만 문학동인이나 예술인도 관심있게 보았다. 그리고 인상깊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따로 표시 해두고 또 다시 펼쳐보기로 생각했다. 삶이 힘들게 느껴질 때 다시 보면 의욕을 되찾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 보면 색인이 있어서 찾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다. 또한 옛 사료들을 인용하여 한결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인 느낌이다.
예전에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지금도 인기 있으라는 법은 없다. 또한 지금 인기 있는 직업이라고 다음 세대에게도 인기 있으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작가의 말 대로 지금은 바로 중인이 꿈꾸던 시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의 이야기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들어본 이름에 대한 글은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었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사람에 대한 글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신선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언젠가는 인정되는 그들의 능력이 공감되었다. 어쩌면 지금은 예전보다 참 좋은 세상일지도 모르겠다.